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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가게 느는데 임대료 상승...상인들만 죽을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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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가게 느는데 임대료 상승...상인들만 죽을 맛

입력
2014.12.16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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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실률 6분기째 상승세

임대료는 올들어 1.2% 올라

건물주들 투자 수익 줄자

입주 상인들에 부담 떠넘겨

서울 구로동에서 18평(59㎡) 규모의 중국집을 운영하던 김모(52)씨는 2년 째 적자 운영을 하다 결국 지난 9월 가게를 내놨다. 하지만 막상 들어오겠다는 사람이 없어 석 달째 보증금만 까먹고 있는 상황이다. 김씨는 “장사는 안 되는데 임대료가 높으니 다들 꺼리는 분위기가 역력하다”고 말했다.

경기 분당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는 박모(40)씨는 지난달 건물주로부터 임대료를 300만원에서 350만원으로 올려달라는 얘기를 듣고 가게를 접을지 고민 중이다. 판교 등으로 상권이 분산되면서 매출이 줄고 있는데도 임대료는 계속 올라가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박씨는 “위층에 한식집이 문을 닫으면서 임대 수익이 줄어들자 건물주가 그나마 장사가 되는 점포주에게 임대료를 전가하려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요즘 수요와 공급 논리에 전혀 맞지 않게 가격이 형성되는 시장이 있다. 매장용빌딩(상가) 임대료다. 수요가 공급보다 많으면 가격이 오르고, 그 반대면 가격이 떨어지는 것이 정상이지만 최근 가격 흐름은 반대로 가고 있다. 경기부진으로 임대 수요가 줄어들면서 공실률이 높아지고 있지만 임대료는 덩달아 상승하는 추세다.

1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3분기 상가의 공실률은 10.5%로 작년 말(10.2%)에 비해 0.3%포인트 증가했다. 상가 공실률은 작년 1분기에 8.9%를 기록한 이래 6분기 연속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공실률과 함께 임대료까지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토부 조사에 따르면 상가의 3분기 임대료는 ㎡당 3만1,600원으로 2분기 대비 0.2%, 연초에 비해선 1.2%가 상승했다.

업계에선 가장 큰 원인을 건물주들의 수익 보전 때문이라고 본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전체적인 투자수익률이 떨어지고 공실이 높아지면서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올려 수익을 보전하려는 경우가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3분기 상가 투자수익률은 1.2%로 2분기 대비 0.4%포인트 하락했다. 투자수익률은 임대료 등 소득수익률에 건물의 자산가치가 반영된 자본수익률을 더한 것이다.

공실이 임대료 시세에 즉각 반영되지 않는 상가 시장의 특성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권일 닥터아파트 리서치팀장은 “건물주의 경우 점포 몇 개가 비었다고 당장 임대료를 낮춰 세입자를 받으려 하지 않고, 세입자도 이사가 자유롭지 않아 임대료 인상 요구를 거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물론 이 같은 현상이 장기화될 경우 결국 시장 원리에 따라 임대료가 떨어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죽을 맛이다. 상가 임대 수요가 많건 적건 임대료는 상승하는 탓이다. 그나마 공실률이 줄어드는 서울 강남, 이태원, 홍대 등에서는 매출 상승을 기대해볼 수 있지만, 나머지 지역의 경우 이 조차 기대할 수 없는 처지다. 선종필 대표는 “건물주가 상가 임대사업으로 내는 수익이 줄어들면 세입자가 체감하는 어려움은 몇 배 이상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라며 “내수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상가 경기의 전반적인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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