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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성 칼럼] 꽌시와 남북통일

입력
2014.12.1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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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되는 시진핑의 주국몽

중국의 북한 꽌시 이탈

통일 현실성 점점 커져

중국 베이징에 있는 장강상학원(長江商學院ㆍCKGSB) 전임교수가 돼 중국에 생활터전을 마련한지 6개월이 지났다. 이 대학에서 중국 교수, 중국 학생들과 지내면서 책에서 읽지 못하고 한국에서 느끼지 못한 중국사회와 문화를 새로운 시각으로 배우고 있다.

중국의 TV는 지방정부 단위로 방송국이 있어서 주요 채널만 30개가 넘는다. TV드라마도 하루에 수 십 개를 볼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하다. 내용은 역사물이 다수다. 어느 날 저녁에는 삼국지 드라마를 같은 시간대에 세 채널에서 방영하는 경우도 봤다. 신기하게도 감독과 배우는 다르지만 각 채널의 삼국지에 등장하는 유비, 조조, 제갈량, 관우, 장비 등에 대한 인물 묘사는 거의 비슷하다. 유비는 온후인자한 지도자, 제갈량은 지혜로운 전략가, 관우는 충절을 지키는 무장으로 등장한다. 한번 형성된 역사적 인물에 대한 이미지가 중국인들 뇌리에 깊이 각인돼 있어 이들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나 역사적 사실을 새로운 스토리로 재구성하는 드라마를 찾아보기 어렵다.

중국 5세대 지도부의 수장인 시진핑 국가주석은 100년 후 TV드라마에 진시황, 마오쩌둥과 함께 역사적 지도자로 등장할만한 인물이다. 그는 후세에 자신이 어떤 이미지로 비쳐지길 원할까? 필자 생각으론 시진핑은 중국을 세계 제1의 강국으로 만들고 중국인들을 부유하고 행복하게 하는 ‘쫑구워멍(中國夢)’을 실현시킨 지도자로 자리매김하기를 원할 듯 하다. 동시에 중국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꽌시(關係)의 핵심 가치인 ‘이(?)’, 즉 의리를 지킨 인물로 역사에 남고 싶어할 것이다.

중국과 북한은 장기간에 걸쳐 우의를 유지해왔다. 일제 패망 이후 국공합작이 무너지고 내전이 시작되자 국민당에 비해 무기와 인원이 열세였던 공산당 마오쩌둥 주석은 만주에 있는 공업시설을 차지하기 위해 1946년 북한 김일성에게 지원을 요청했다. 이 때 김일성은 상승세를 타고 있던 국민당의 보복을 각오하면서 일제로부터 압수한 소총 10만정을 공산당에 제공하고 만주 조선족을 인민해방군으로 참전시켰다. 마오쩌둥은 권력을 장악한 후 김일성을 평생 친구로 예우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중국과 북한의 돈독한 관계는 김정일에게로 이어졌고, 김정일은 미국과 일본에게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 행동을 여러 차례 하면서도 중국에 대해서만은 철저하게 의리를 지켰다.

이처럼 오랜 역사를 가진 중국과 북한의 의리 관계를 이어받은 시진핑이 취할 수 있는 행동을 꽌시라는 중국의 문화적 틀로 분석해보자. 중국이 한국과의 관계에서 오는 경제적 이익이 더 크다고 해서 꽌시로 묶여있는 북한을 멀리할 수 있겠는가? 100년 후 자신이 중국 TV드라마에서 어떤 인물로 등장할 것인가를 염두에 둬야 하는 시진핑으로서 북한과의 꽌시를 스스로 깨는 행위는 감당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럼 시진핑이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역사상 가장 긴밀한 한중관계를 만든 배경은 무엇인가? 2011년 말 김정일 사망 이후 김정은이 등장하면서 중국과 북한의 꽌시는 깨지기 시작했다. 그는 북한이 중국에 알리지 않은 채 핵실험을 하고, 중국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중국어선을 여러 척 나포했다. 이런 행위는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다. 김정일이었다면 자주국가로서 체면을 유지하면서도 사전 협의나 사후 협상을 통해 문제를 원만하게 풀어가면서 김일성 이래 중국과 유지해온 꽌시를 철저하게 지켰을 것이다.

중국정부에 대한 김정은의 꽌시 이탈은 시진핑으로 하여금 북한과의 관계를 청산하고 우리나라와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계기를 마련해줬다. 60년도 더 된 중국과 북한의 꽌시를 한 두 가지 사건으로 무효화 할 수는 없겠으나, 꽌시가 만들기는 어려워도 깨지기는 쉬운 ‘살얼음 밟기’라는 중국 문화를 이해하지 못한 김정은은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고, 이 실수는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중국과 북한의 꽌시에 입혔다.

남북통일에 대한 중국의 역할이 크다는 전제 하에, 중국과 북한의 꽌시가 깨진 상황에서 남북통일은 생각보다 빨리 이뤄지리라고 본다. 10년, 아니 5년 안에 일어난다고 해도 놀랄 일은 아니다. 독일의 통일과 구 소련 국가들의 경제체제 전환 경험을 우리 것으로 삼아 남북통일에 대비한 다양한 과제를 체계적이고 신속하게 수행할 때가 왔다.

조동성 서울대 명예교수ㆍ중국 장강상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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