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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만, 미행설 물증은 없다면서… 의심 왜 못 거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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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만, 미행설 물증은 없다면서… 의심 왜 못 거두나

입력
2014.12.1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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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성 있는 지인에게서 들은 듯, 조응천·공직기강비서관실 "미행 무관"

대통령 부담 우려해 일단 봉합 후 정윤회 견제 최후카드 남겼을 소지

정윤회(59)씨의 국정농단 의혹을 담은 ‘정윤회 문건’ 관련 검찰 수사에서 정씨의 ‘박지만 미행설’이 막판 변수로 떠올랐다. 15일 박지만(56) EG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정씨 측이 날 미행했었다고 의심하고 있다”는 취지로 주장했고, 검찰 역시 이와 관련해 사실관계를 확인해 보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사실 이 부분은 이번 수사의 본류가 아니었다. 핵심 수사대상은 어디까지나 ▦정윤회 문건 내용의 진위확인 및 관련 보도의 명예훼손죄 성립 여부 ▦해당 문건의 외부 유출 경위였다. 그런데 문건의 진위 판단이 결국 현 정부의 비선실세로 알려진 정씨와 대통령의 동생인 박 회장 간 ‘파워 게임’의 실체 규명으로 이어지다 보니 미행설 수사와 정윤회 문건 수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시사저널 보도는 ‘지난해 말 박 회장이 오토바이를 탄 남성으로부터 미행을 당했고, 그를 붙잡아 ‘정씨의 지시가 있었다’는 취지의 자술서를 받아냈다’로 요약된다. 그러나 박 회장은 검찰에서 “오토바이 미행자, 자술서 확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진술했다. 자신이 직접 미행 현장을 적발하진 않았다는 얘기다. 정씨가 강력히 부인하고 물증이 없는데도 박 회장이 여전히 정씨 측에 의한 미행이 있었다고 의심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박 회장은 미행설의 출처로 ‘지인’을 지목했다. 그가 누구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사석에서 여러 차례 정씨에 대한 불쾌감을 표시한 것으로 볼 때 어느 정도 신뢰성 있는 인사한테 들었기에 기정사실로 받아들인 것으로 추론된다. 이날 한 언론은 조응천(52)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박 회장한테 미행설을 보고한 당사자라고 보도했으나, 조 전 비서관은 “도대체 누가 그런 말을 하느냐. 오보다”라고 강력히 부인했다.

일각에선 대통령 친인척 관리 업무를 맡고 있는 공직기강비서관실이 미행의 주체였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상적인 업무 수행을 박 회장이 ‘오해’했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당시 공직기강비서관실에 근무했던 한 관계자는 “박 회장 내외에게 불순한 목적으로 접근하는 사람들을 차단하는 역할이 주된 임무였고, 우리 쪽에서 미행한 사실은 절대로 없다”고 단언했다.

한편에서는 “자술서는 없다”는 박 회장의 진술을 의심해 봐야 한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박 회장이 자술서를 제출하지 않고 미행설의 출처가 누구인지도 명확히 밝히지 않은 사실로 미루어, 누나인 박근혜 대통령에 끼칠 부담을 우려해 이 정도로 사건을 봉합하기 위해 입을 다물고 있다는 해석이다. 현 시점에서 박 회장이 자술서를 검찰에 제출해 버리면 사실상 정씨 측과 ‘전면전’을 벌이게 되는 것이고, 이는 국정 운영에 큰 부담을 초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정씨 측을 지속적으로 견제하기 위한 ‘최후의 카드’로 자술서를 남겨두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해 보인다. 박 회장은 이번 검찰 소환이 사실상 자신에 대한 망신주기라고 생각하고 청와대와 검찰에 불만을 품고 있으며 검찰 수사에 100% 협조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정윤회(왼쪽)씨와 박지만 EG 회장이 지난 10일과 15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주형기자(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3), 연합뉴스
정윤회(왼쪽)씨와 박지만 EG 회장이 지난 10일과 15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주형기자(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3),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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