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척해진 모습에 눈물 보이기도… 檢, 회항 지시·회유 등 집중 조사
‘땅콩 리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 이근수)는 17일 조현아(40)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재벌 2ㆍ3세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공개 출석한 일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날 오후 2시쯤 서울서부지검 청사 앞에 도착한 조 전 부사장은 화장기 없이 수척한 얼굴로 취재진 200여명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시종일관 고개를 떨군 모습을 한 그는 ‘국민들에게 한 마디 해달라’는 얘기에 “죄송합니다”라며 눈물을 보였다. 그러나 승무원 폭행 등 혐의와 관련된 취재진의 쏟아지는 질문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후 조 전 부사장은 8층 조사실로 향했으며 다음날 새벽까지 10시간이 넘도록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조 전 부사장을 상대로 지난 5일(미국 현지시간) 대한항공 KE086여객기 안에서 박창진 사무장과 승무원을 폭행한 사실이 있는지, 항공기 ‘램프 리턴’을 기장에게 지시했는지, 대한항공 측의 조직적인 피해자 회유 및 증거인멸을 지시했는지 등을 집중 추궁했다.
검찰은 그간 참고인 조사를 통해 ‘조 전 부사장이 책자 케이스로 손등을 찔렀다’는 사무장 진술, ‘조 전 부사장이 승무원의 어깨를 밀쳤다’는 1등석 승객의 진술을 받아내 혐의 입증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또 대한항공 측 객실담당 상무 A씨를 비롯한 임원들이 직원을 동원해 국토교통부 및 검찰 조사, 언론 보도에 대비해 승무원과 사무장을 지속적으로 회유하고 허위 진술을 강요한 단서를 확보한 상태다.
박 사무장도 이날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대한항공 사측의 조직적 증거인멸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회사가 나를 포함한 사건 관계자들에게 ‘최초 보고 이메일을 삭제하라’고 명령했으며, 회사 임원으로부터 국토부에 제출할 ‘사실관계 확인서’를 고쳐 쓸 것을 10차례 이상 요구 받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조 전 부사장의 폭행 혐의가 인정되고 증거인멸에도 관여한 것으로 드러나면 주중에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이 기소될 경우 처벌 수위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우선 그가 박 사무장과 승무원에게 고성을 지르고 폭언한 사실은 확인된 만큼 항공법 제23조 적용은 확실해 보인다. ‘기장 등의 업무를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방해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는 내용의 항공법 제23조를 위반하면 최대 500만원의 벌금에 처해진다. 또 증거인멸 개입이 사실로 드러나면 형법상 증거인멸죄도 성립한다.
만약 조 전 부사장의 폭행 혐의와 램프 리턴을 지시한 사실이 인정될 경우 각각 항공보안법 제46조(항공기 안전운항저해 폭행죄) 및 형법상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도 적용될 수 있다.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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