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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목사 집단 이기주의, 성범죄 감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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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목사 집단 이기주의, 성범죄 감싸나

입력
2014.12.1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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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욱 목사 교인 성추행 혐의 재판

평양노회 "확신ㆍ처벌 근거 없다"

네 차례 재판 열고도 결정 또 미뤄

삼일교회ㆍ면직운동 단체 거센 반발

10월 13일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평양노회가 열린 서울 영등포구 은석교회 앞에서 삼일교회 교인, 교회개혁실천연대 회원 등이 노회 참석자들에게 전병욱 목사의 면직을 촉구하고 있다. 이날 노회는 전 목사의 처벌을 논하는 재판국을 구성했으나 두 달여가 지나도록 판결하지 않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10월 13일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평양노회가 열린 서울 영등포구 은석교회 앞에서 삼일교회 교인, 교회개혁실천연대 회원 등이 노회 참석자들에게 전병욱 목사의 면직을 촉구하고 있다. 이날 노회는 전 목사의 처벌을 논하는 재판국을 구성했으나 두 달여가 지나도록 판결하지 않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개신교단이 상습 성추행 혐의를 받고 있는 전병욱 전 삼일교회 담임목사의 처벌을 미뤄 비난을 사고 있다. 피해자들의 진술을 담은 책 ‘숨바꼭질’로 비판 여론이 일자 뒤늦게 면직 수순을 밟는 듯 하더니 석 달째 처리가 지지부진이다.

전 목사가 속한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평양노회 관계자는 “(교회법에 따라 혐의를 판단하기 위해 구성된) 재판국이 아직 전 목사의 유죄 여부 조차 결정하지 못했다”며 “올해 안에 판결이 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17일 밝혔다. 전 목사의 성추행은 2010년 처음 알려졌으나, 교단이 그의 처벌을 논의한 건 4년 여 만이다.

노회는 앞서 10월 13일 삼일교회가 성추행 혐의로 낸 전 목사 고소건을 상정하고 재판국을 구성했다. 당시 노회는 한달 안에 결론을 내겠다고 못박았었다.

노회 재판국은 이달 8일까지 네 차례 재판을 열었다. 이 중 전 목사는 세 번 출석했다. 재판에서 전 목사는 자신의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출석 때 자신이 새로 개척해 목회를 하고 있는 교회의 교인 수십 명을 대동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전 목사의 처벌을 촉구하는 삼일교회 교인과 시민단체 회원들, 취재진을 몸으로 막은 것이다.

재판에서 전 목사가 성추행 사실을 강하게 부인하자 일부 재판국원들은 “전 목사의 성추행을 확신할 수 없다” “면직할 근거 규정이 마땅치 않다” 등의 이유를 들어 판결을 미루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회 관계자는 “재판국에서 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보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재판국이 판결을 내야 이를 노회에 상정, 처벌을 확정할 수 있다.

전 목사를 고소한 삼일교회 측과 면직운동을 벌이는 단체들은 반발하고 있다. ‘숨바꼭질’의 공동 편집자인 권대원씨는 “시간, 장소 등을 구체적으로 적시한 피해자들의 진술이 담긴 책과 피해 교인이 전 목사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녹취록, 언론사의 피해자 인터뷰 등을 재판국에 제출했다”며 “그런데도 성추행을 확신할 수 없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재판국은 일부 피해 교인을 만나 진술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권씨는 “목사의 치부를 드러내 처벌을 하면 자신들의 권위에도 흠집이 생긴다고 여기는 목사집단의 이기주의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개신교단은 그간 목회자의 성범죄를 사실상 외면해왔기에 비판의 목소리는 더욱 크다. 목사가 성범죄로 사법적인 처벌을 받기 전 교단이 나서서 면직한 사례는 없다. 그러나 목사의 성범죄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교회개혁실천연대의 2003~2011년 상담 통계를 보면 전체 437건 중 목회자의 성폭력이 60건에 달했다. 지난해에도 4건이 접수됐다. 상담을 요청해온 사례에 국한한 것이기 때문에 실제 사례는 더 많을 것으로 이 단체는 추정하고 있다.

김애희 교회개혁실천연대 사무국장은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목회자의 성폭력은 교회 안에 상존하는 문제”라며 “평양 노회의 처신은 교단의 목사 성범죄 해결 의지를 가늠하는 선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병욱목사성범죄기독교공동대책위원회는 18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전 목사의 면직과 노회의 각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다. 김 사무국장은 “교단이 도덕적 모범이 되어야 할 목회자의 성범죄를 수년간 방치하고 심지어 덮어주려는 것은 비리에 동참하는 꼴”이라며 “더 이상 교인들을 절망 시켜선 안된다”고 말했다.

전 목사의 성추행은 최근 피해 교인들의 증언을 담은 ‘숨바꼭질’이 출간되면서 다시 논란이 됐다. 이 책으로 전 목사의 수년 간에 걸친 상습 성추행과 그로 인해 삼일교회를 떠나면서도 그가 13억 4,500만원이라는 거액의 전별금을 받은 사실 등이 드러났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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