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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는 적대국과 대화로 이미지 개선·쿠바는 경제 재건 기회 '윈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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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는 적대국과 대화로 이미지 개선·쿠바는 경제 재건 기회 '윈윈'

입력
2014.12.18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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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봄부터 양국 간 비밀 대화, 교황도 대화 중재 등 막후 역할

아바나 시민들 거리 곳곳서 환호, 반기문 총장 등 "진심으로 환영"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17일 각각 워싱턴과 아바나에서 양국 관계 정상화를 동시 발표하는 장면이 쿠바 TV에 생중계되고 있다. AP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17일 각각 워싱턴과 아바나에서 양국 관계 정상화를 동시 발표하는 장면이 쿠바 TV에 생중계되고 있다. AP연합뉴스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17일 미국과 국교 정상화를 선언한 TV 연설이 끝난 직후 수도 아바나의 교회에서는 이를 자축하는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상기된 시민들은 환호하며 도심으로 몰려나왔고 수업이 중단된 학교에서는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회사원인 카를로스 곤살레스는 AP통신과 인터뷰에서 흥분한 얼굴로 “쿠바인들에게 한 줄기 빛이 비쳤다”고 말했다.

미국과 쿠바의 국교 정상화는 반세기 이상 지속된 적대관계가 무색하게 급작스럽고 일순간 찾아 왔다. 결정적 계기는 양국 관계의 발목을 잡고 있던 미국인 앨런 그로스(65)의 석방. 국무부 대외원조기관인 국제개발처(USAID)의 하도급업체 직원이던 그로스는 2009년 12월 아바나에서 현지 유대인 단체에 인터넷 장비를 설치하려다 체포된 후 징역 15년을 선고 받고 투옥돼 있었다.

양국은 이날 그로스의 석방이 있기까지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카스트로 의장이 교황의 중재와 도움을 받아 18개월 동안 직통 전화로 범죄자 상호 석방 교섭을 벌여 왔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지난 10월 16일에는 두 정상이 45분 넘게 통화하면서 그로스와 간첩 활동을 한 혐의로 미국에서 붙잡힌 5명의 쿠바인 가운데 아직 투옥 중인 3명의 동시석방에 사실상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교 정상화가 갑자기 찾아온 것 같지만 정작 양국은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었다. 일찌감치 적대국과 대화를 강조해온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성명에서 “국교를 단절한 1961년과 마찬가지로 쿠바는 여전히 카스트로 일가와 공산당이 통치하고 있다”며 봉쇄정책의 실패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쿠바가 중남미 각국과는 물론이고 유럽연합(EU)과도 관계를 개선하고 있는 마당에 미국만의 봉쇄가 무의미하다는 판단도 작용했을 수 있다.

쿠바로서는 경제가 문제였다. 라울 카스트로 취임 후 서서히 시장경제를 도입하고 있지만 50년 넘게 지속된 미국의 금수조치로 피폐해진 경제를 재건하기는 역부족이었다. 올해 1% 성장을 포함해 최근 몇 년 동안 줄곧 저성장이다. 막대한 규모의 원유를 지원해주던 베네수엘라조차 저유가로 위기에 몰려 있어 기댈 곳도 별로 없다. 관계 정상화 이후 해외투자 유치로 경제를 성장시키겠다는 셈법이 눈에 보인다.

냉전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만한 사건에 전세계는 환호했다.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러시아는 항상 미국과 쿠바의 관계 정상화에 찬성하는 입장이었다”면서 “옳은 방향으로 가는 조치”라고 말했다.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은 이날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정상회의를 통해 “미국과 쿠바가 외교관계 정상화에 나선 사실을 환영한다”고 밝혔다.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진심으로 환영하며 유엔은 양국의 우호 관계가 증진되도록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단계적으로 쿠바와 국교 정상화를 추진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수개월 내 아바나에 관계 개선의 상징적인 대사관을 다시 개설한다. 이를 위해 로베르타 제이콥슨 국무부 서반구 담당 차관보가 이끄는 대표단이 내년 1월 아바나를 방문해 쿠바와 이민 대화에 착수할 예정이다. 고위급 정부 인사의 교환 방문, 금융거래 활성화를 위한 송금한도 증액 등으로 각종 규제도 풀린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상ㆍ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 등 미국내 보수세력의 반발이다. 공화당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성명에서 “잔인한 독재자에게 어리석은 양보를 해 준 또 하나의 사례일 뿐”이라며 “카스트로 정권과 관계는 쿠바 국민들이 완전한 자유를 만끽하기 전까진 정상화는 물론 재검토도 안 된다”고 말했다. 공화당 잠룡 중 한 명이자 쿠바 출신인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백악관이 얻은 것은 하나도 없다”며 대사관 개설에 반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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