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환 전 위원장 등 4명에
"사용자가 사전 예측·대비 가능 전격성 없어 업무방해 성립 안돼"
민사상 손해배상 여지는 인정, 진행 중인 민사소송 결과 주목
검찰 강력 반발 항소하기로
지난해 말 ‘철도 민영화 반대’를 외치며 사상 최장기간 철도파업을 주도해 기소된 철도노조 집행부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법원에서 엇갈린 판단이 나오던 업무방해죄 요건에 대해 기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대로 다시 엄격한 업무방해죄 잣대를 적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서울서부지법 제13형사부(부장 오성우)는 2013년 12월 총 23일 동안 철도파업을 주도한 혐의(업무방해)로 기소된 김명환(49) 전 전국철도노조 위원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김 전 위원장과 함께 박태만(56) 전 수석부위원장, 최은철(41) 전 사무처장, 엄길용(48) 전 서울지방본부 본부장 등 함께 기소된 철도노조 전 집행부 전원이 무죄를 받았다.
재판부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에 비추어 볼 때 당시 파업은 업무방해죄 요건인 ‘전격성’을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 증거를 갖추고 있지 않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파업 전 철도노조가 코레일에 필수유지업무 명단을 통보했고, 사측은 철도노조원 및 철도공사 직원들의 진술, 파업 관련 자료, 언론 보도를 통해 필수유지업무와 비상수송대책 등을 사전에 준비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2011년 3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파업이 이뤄져 사업 운영에 막대한 손해가 초래됐을 경우 업무방해죄가 성립된다’며 2009년 철도노조 파업이 업무방해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었다. 올해 9월 대법원 3부가 “예고된 파업도 업무방해죄를 적용할 수 있다”며 기존 판례를 보수적으로 해석한 판결을 내려 혼선이 일기도 했지만, 이번 판결은 기존 전원합의체 판례로 되돌아간 것으로 분석된다.
재판부는 또 “단순한 근로제공 거부행위를 업무방해죄로 처벌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강제노역을 부과하게 되는 것”이라며 “이는 강제노역을 금지한 헌법 제12조 1항에 반할 우려가 있는 점, 현재 정당성 없는 근로제공 거부행위를 형사처벌하는 국가는 실질적으로 우리나라밖에 없어 국제노동기구(ILO) 등 국제사회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단순한 근로제공 거부행위를 업무방해죄로 처벌하는 것은 제한적ㆍ한정적으로 적용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이 파업 자체를 합법으로 인정한 것은 아니어서 코레일 측이 청구한 손해배상소송에 대한 철도노조의 책임까지 면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재판부는 “논란의 여지가 있긴 하지만 2013년 철도파업의 목적은 철도공사의 경영상 결단에 속하는 사항에 관한 것으로 위법”이라며 “철도파업으로 사회적 혼란 및 국가경제적 손실이 발생했고 국민들에게 심각한 불편이 있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라고 판시했다. 파업의 직접적 계기가 된 KTX 수서발 자회사 설립은 경영상 결정이어서 합법적 파업 사유가 안 된다는 뜻이다. 철도공사 측은 지난해 12월 철도노조와 김 전 노조위원장 등 조합원 186명을 상대로 손해배상 금액 162억원, 가압류 77억7,000만원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서울서부지법에 제기했다.
김 전 위원장은 무죄 선고 직후 “적법한 절차를 지키고 평화적으로 진행했던 철도노조의 절절한 요구가 재판부에 전달된 것 같다”며 “이번 판결이 공적 기구가 사익 추구가 아닌 국익을 위해 쓰일 수 있는 기관이 되는 디딤돌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검찰은 법원의 무죄 판결에 대해 크게 반발하며 항소 방침을 밝혔다. 서부지검 관계자는 “2013년 철도노조 파업은 유죄 확정된 지난 파업들보다 목적의 불법성이 더 크고, 절차에도 중대한 하자가 있다”며 “이번 판결은 목적이나 절차의 불법성과 무관하게 사전 고지만 하면 모든 파업을 전면 허용한다는 것이며, 최근 대법원 판결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김 전 위원장에게 징역 5년, 박 전 수석부위원장과 최 전 사무처장에게 징역 4년, 엄 전 본부장에는 징역 3년을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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