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 시작되자 문자메시지 삭제… 국토부, 검찰에 수사 의뢰
조현아 오늘 사전구속영장 청구
‘땅콩 리턴’ 사건 조사를 맡은 국토교통부 항공안전감독관 1명이 대한항공 임원과 수십차례 연락을 주고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부는 23일 대한항공 출신인 김모 조사관을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서울서부지검에 수사의뢰했다고 밝혔다. 국토부에 따르면 항공안전감독관인 객실담당 김 조사관은 이달 7일부터 14일까지 증거인멸을 주도한 대한항공 객실담당 여모(57) 상무와 수십차례에 걸쳐 전화 통화 및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여 상무는 대한항공의 사건 은폐를 주도적으로 실행한 인물이다.
김 조사관은 특히 국토부가 특별감사에 들어가자 자신의 휴대폰에 저장된 문자메시지 등을 급하게 삭제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는 김 조사관의 행동이 석연치 않다고 보고 통화내역 및 문자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앞서 국토부는 박창진 사무장을 조사할 때 여 상무를 19분간 동석시키는 등 대한항공 봐주기로 일관해 유착관계를 의심받아왔다. 서승환 국토부 장관은 전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현안보고에서 “특별 자체감사로 (국토부) 조사관과 대한항공 간 유착이 없었는지 철저히 조사해 만약 유착이 있었다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등 엄정 조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 이근수)는 24일 오전 조현아(40)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한다고 이날 밝혔다
검찰은 조 전 부사장에 대해 항공보안법상 항공기항로변경죄 및 항공기안전운항저해폭행죄, 형법상 강요죄 및 업무방해죄 등 4가지 혐의를 적용하기로 했다. 검찰은 다만 조 전 부사장이 직접적으로 증거인멸을 지시하거나 보고받은 부분은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고 판단, 증거인멸 교사 혐의는 범죄사실에 추가하지 않기로 했다. 조 전 부사장의 영장실질심사는 다음주 초 열릴 예정이다.
검찰에 따르면 조 전 부사장은 지난 5일(미국 현지시간) 대한항공 KE086 일등석에서 견과류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A승무원과 박 사무장을 상대로 폭언 및 폭행을 하고 램프 리턴(항공기를 탑승 게이트로 되돌리는 일)을 지시한 뒤 박 사무장을 강제로 내리게 한 혐의다.
검찰 관계자는 “사법경찰권이 있는 사무장이 폭력 행위 및 사적 권위에 의해 운항 중인 항공기에서 쫓겨나면서 항공기 내 법질서에 혼란이 발생해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했다”며 “이미 관제탑의 허가를 받아 예정된 경로로 이동 중이던 항공기가 무리하게 항로를 변경함으로써 비행장 내 항공기 운항의 안전이 위협받았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또 사건이 처음 보도된 이달 8일부터 최근까지 직원들에게 최초 상황 보고 이메일을 삭제하라고 지시하고 거짓 진술을 강요하는 등 증거인멸을 주도한 혐의로 대한항공 객실담당 여 상무에 대해서도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기로 했다. 검찰은 “임직원을 동원해 허위 진술이나 서류 작성을 강요하는 등 증거를 조작하고 관련 증거를 없애 진상을 은폐한 행위도 확인돼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영장청구 이유를 밝혔다.
세종=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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