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자택도 압수수색… 혐의 부인
조현아·여 상무 30일 영장실질심사
‘땅콩 리턴’ 사건 조사를 맡은 대한항공 출신 국토교통부 항공안전감독관이 24일 검찰에 전격 체포됐다. 국토부가 23일 특별자체감사 결과 대한항공 측에 국토부 조사 상황 등을 수시로 전해준 혐의로 해당 감독관을 검찰에 수사 의뢰한 지 하루 만이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 이근수)는 이날 오전 10시쯤 국토부 소속 김모(54) 조사관을 서울 강서구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사무실에서 체포, 압송해 조사했다. 검찰은 또 해당 사무실과 김 조사관의 인천 자택을 압수수색해 이번 사건과 관련한 조사 기록 등을 확보했다.
김 조사관은 땅콩 리턴 사건 조사관으로 차출돼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달 8일부터 14일까지 대한항공 객실담당 여모(57) 상무와 수십차례에 걸쳐 전화 통화 및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것으로 국토부 감사에서 드러나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됐다.
검찰은 김 조사관이 대한항공 사무장과 승무원을 조사하려면 당사자에게 직접 연락을 해야 하는데도 회사 측을 거쳐 이들에게 조사 일시 등을 통보한 것은 회사 측에 직원들을 회유할 시간을 벌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김 조사관은 검찰 조사에서 “여 상무와의 연락은 친분 관계에 의한 것일 뿐”이라며 조사 상황을 미리 흘려줬다는 혐의를 적극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조사관은 지난 국토부 감사에서도 “여 상무가 조사 내용을 물어봤지만 가르쳐주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김 조사관과 대한항공의 유착관계가 드러날 경우 수사가 ‘칼피아’(KAL + 마피아) 비리로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칼피아는 대한항공과 유착한 국토부 공무원을 일컫는 말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김 조사관은 1987년부터 2002년까지 총 15년 동안 항공업계에 몸 담았다. 김 조사관은 2002년 대한항공을 끝으로 항공업계를 떠났다가 곧바로 국토부 항공안전감독관으로 채용돼 12년째 근무하고 있다. 김 조사관은 대한항공 근무 시절부터 여 상무와 친분을 쌓은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은 김 조사관이 항공안전감독관으로 근무하기 시작한 이후에도 평소 자주 연락할 정도로 친분이 두터웠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김 조사관은 평소 일선 항공사를 정기적으로 방문해 안전점검을 실시, 점수가 낮을 경우 시정 조치나 과태료 등의 행정 조치를 명령하는 업무를 해왔다.
한편 검찰은 이날 오전 예고대로 조현아(40) 대한항공 전 부사장과 여 상무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조 전 부사장에 대해 항공보안법상 항공기항로변경죄 및 항공기안전운항저해폭행죄, 형법상 강요죄 및 업무방해죄 등 4가지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여 상무에 대해선 “임직원을 동원해 허위 진술이나 서류 작성을 강요하는 등 증거를 조작하고 관련 증거를 없애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고 영창청구이유를 설명했다.
이들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오는 30일 오전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세종=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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