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기업인 가석방ㆍ사면 주장이 여권 일각에서 활발히 제기되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주 기자들에게 “살 만큼 산 사람들은 나와서 경제를 살리는 데 나서라는 차원에서 기회를 줘야 한다”며 “청와대에 건의할 생각도 있다”고 밝혔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더욱 적극적이다. 그 동안 토론회 등을 통해 기업인의 가석방ㆍ사면이 경제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 그는 이미 여러 번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같은 내용을 건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나 법무당국의 방침은 아직 불확실하다. 청와대의 공식 반응은 “경제인 가석방은 법무부 소관으로 아는 바 없다”는 형식론에 머물러 있다. 황교안 법무장관도 “원칙대로 한다”며 “현재 매달 600~700명씩 가석방을 시행하고 있다”는 원칙론 외에는 말을 아끼고 있다. 이런 자세는 기업인 가석방ㆍ사면론을 잠재우기는커녕 이미 수순 밟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을 키운다. 사회적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청와대와 법무부가 보다 분명한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법 앞의 평등이라는 기본 원칙이다. 과거 기업인에 대한 무분별한 법적 관용은 유전무죄(有錢無罪) 의혹을 무성하게 했다. 경제범죄의 심각한 위법성과 사회적 파장에 비추어 특별한 관용이 이뤄졌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경제민주화 논의가 활발해진 이후 분위기는 바뀌었다. 경제범죄를 보는 검찰과 법원의 자세는 물론이고, 박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이명박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을 강하게 비판했듯 청와대의 자세도 엄격해졌다. ‘땅콩 회항’ 사건을 계기로 대기업 총수 일가의 행태에 대한 비난 여론이 어느 때보다 큰 것도 사실이다. 김 대표와 달리 이완구 원내대표를 비롯한 여당 지도부의 유보적 자세도 이런 여론에서 비롯한 정치적 부담감 때문이다. 김 대표와 최 부총리에 대한 야당의 비판이 ‘시기적 부적절성’에 집중된 것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여론 동향이나 정치적 부담을 이유로 기업인 가석방ㆍ사면은 무조건 안 된다는 태도 또한 이 문제의 핵심 잣대인 원칙과 동떨어진다. 유전무죄와 마찬가지로 유전중죄(有錢重罪) 또한 피해가야 할 사회적 부조리다. 법 앞의 평등이라는 원칙을 온전히 살리려면 가석방 제도의 활용에서 또한 차별이 없어야 한다. 법 규정대로 수형 실적이 양호하고, 개전의 정이 현저하고, 형기의 3분의 1 이상을 채웠다면 기업인도 가석방 혜택을 누려 마땅하다.
이런 원칙론은 대상자 선정기준이 정밀하고 명확해야만 의미가 있다. 더욱이 가석방을 넘어 특별사면이라면 건강 상태와 기업 내 지위(의사결정 실태), 기업이 처한 환경, 투자 의욕 등 기업인 개개인의 사정을 세세히 따져서 가리고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 이처럼 신중하고도 정밀한 검토를 거쳐 기업인 가석방ㆍ사면을 최종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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