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12월 15일 오후 2시, 온 국민의 눈과 귀가 김포공항에 쏠렸다. 대한항공 858기 폭파범 김현희가 입에 대형 반창고를 붙인 채 국가안전기획부 호송요원에 둘러싸여 비행기 트랩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 해 11월 29일,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출발한 KAL 858기는 인도양 상공에서 공중 폭파됐고 범인은 북한의 지령을 받은 김현희(일본명 하치야 마유미)와 체포직전 음독 자살한 김승일(하치야 신이치)로 밝혀졌다. 제 13대 대선을 불과 하루 앞둔 미묘한 시점이었다. 1990년 3월, 대법원으로부터 사형선고를 받은 김현희는 불과 보름 후 노태우 대통령에 의해 사면됐고 이후 전 안기부직원과 결혼하며 대한민국에 정착했다. 그 역시 피해자일진 모르겠지만 ‘12월만 되면 마음이 무겁다’는 최근 방송의 발언은 당시 희생자 가족들에겐 또 다른 고통이 될 수 있다.
손용석 사진부장 stones@hk.co.kr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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