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이군현 사무총장이 (신년회) 초청 명단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대통령이 초청하는 청와대 신년회에 당 3역(당 대표, 원내대표, 정책위의장)에 준하는 사무총장의 참석이 당연시 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민 대변인이 이례적으로 브리핑을 통해 이 같이 말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연은 이렇습니다. 최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다음달 2일 청와대에서 열리는 신년인사회 명단에 이군현 사무총장이 빠지고 당 서열이 낮은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가 포함된 사실을 알고 "천지 분간을 못하는 사람들"이라며 크게 역정을 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대표 입장에서는 이 사무총장이 자신의 측근인 반면 김 원내수석부대표는 대표적인 친박계 핵심 인사로 분류된다는 점에서 청와대 인사들이 의도적으로 이 사무총장을 배제한 것 아니겠느냐는 생각에 노여움을 거둘 수 없었겠지요. (청와대 입장에서 어떤 해명을 내놓는다고 해도요.)
이런 해프닝을 낳은 데는 이 사무총장의 현재 위상과도 무관치 않습니다. 관례적으로 새누리당에서는 당 살림을 총괄하는 사무총장에 청와대와 긴밀한 협조가 가능한 인사를 임명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황우여 전 대표 체제 아래서 친박계 핵심으로 분류됐던 서병수 홍문종 윤상현 의원 등이 사무총장을 맡았다는 사실만 봐도 이를 반증하는 것이죠.
하지만 주로 비박계 힘을 얻어 선출된 김무성 대표는 자신과 친분이 있고 청와대와 거리가 있는 이 사무총장을 임명했습니다. (이 사무총장은 17, 18대 국회 때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척점에 있는 비박계 좌장인 이재오 의원의 측근으로 분류됐습니다.) 더구나 사무총장을 보좌하는 1, 2 사무부총장도 친이계로 분류되는 강석호 의원과 정양석 전 의원입니다. 청와대와의 긴밀한 소통은 불가능하다고 봐야겠죠. 때문에 청와대 입장에서는 이 사무총장을 김학용 대표 비서실장과 같은 김 대표의 측근 인사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상대적으로 사무총장과의 긴밀한 협조가 어려워진 청와대 입장에서는 국회 운영과 관련해 여당측 실무의 전권을 가진 친박계 김 원내수석부대표에 대한 의존도가 커질 수 밖에 없었던 게 사실입니다. 결국 이 같은 흐름의 단면이 청와대 신년회 초청 명단 해프닝으로 드러난 것이 아닐까요.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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