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땅콩 회항’ 사건 조사와 관련해 특별자체감사를 벌여 공정성 훼손과 부실조사를 인정하면서 서승환 장관이 대국민 사과를 하고 관련 공무원 8명을 문책(중징계 1명, 징계 3명, 경고 4명)하는 선에서 일단락 지었다. 하지만 이미 검찰에 구속되어 있는 계약직 직원인 김모 항공안전감독관만 중징계 하는 수준인데다, 김씨가 금품을 받은 정황이나 국토부 공무원들이 대한항공으로부터 좌석 업그레이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 등 유착관계에 대해서는 밝혀낸 것이 없다. 하지만 국토부는 “현 시점에서 재조사는 부적절하고 추가조사 여부는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야 할 것 같다”고 잘라 말했다. 잘못은 인정하되 더 밝힐 것은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서 장관은 사과문에서 “조사단에 대해 전적인 신뢰를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항공감독관 중 1인이 대한항공과 유착되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에 대해 큰 실망과 함께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는 양 기관의 유착관계를 1인에 한정시키고 있어 국토부가 사태를 여전히 안이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의구심이 들게 한다. 서 장관은 사태 초기에 대한항공 출신을 조사 담당자로 내세웠다가 공정성과 객관성 논란이 일자 “전혀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장담했다가 망신을 당했다.
특히 이번 자체감사로 밝혀진 것만 봐도 국토부는 정부기관으로써 기본조차 갖추지 못한 듯 하다. 사건조사를 총괄 지휘할 컨트롤타워 부재로 조사 직원간 역할분담, 조사계획 수립, 보고체계 구축 등 초기대응이 미흡했다고 자인했다. 그나마 조사과정에서 공정성 훼손을 야기했다. 대한항공을 통해 조사대상자 출석을 요청하고 피해자인 박창진 사무장을 조사할 때 대한항공 여모 상무와 동석하도록 하는 등 어처구니 없는 행위가 있었다. 여 상무는 박 사무장 대신 답변하거나 보충 설명하는 등 12차례 개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탑승객 명단 등 기초자료도 제대로 확보하지 않아 초동 조사가 부실할 수 밖에 없었다. 김 조사관은 대한항공 여 상무와 수십 차례에 걸쳐 휴대전화 통화와 문자 메시지로 연락했다. 국토부 감사가 시작된 17일 이후에는 연락 흔적을 일부 삭제하기도 했다. 정부기관으로써 존재가치가 의심스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땅콩 회항’사건 조사와 이번 특별자체감사 결과를 볼 때 국민들이 국토부를 더 이상 신뢰하기가 어렵다는 판단이다. 반성과 사과만으로 이번 사태를 덮을 수 없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이와는 별도로 감사원의 감사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특히 항공좌석 업그레이드 문제는 국토부만이 아니라 전 부처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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