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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 일가 갑질로 항로 변경 전례 없어…국민적 공분도 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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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 일가 갑질로 항로 변경 전례 없어…국민적 공분도 고려

입력
2014.12.3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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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아 영장실질심사 가는 중 시민에 옷깃 잡히는 수모도

구치소 수감될 때까지 묵묵부답

'땅콩 회항' 사태로 물의를 빚어 구속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30일 오후 서울 서부지검에서 남부구치소로 이송되고 있다.
'땅콩 회항' 사태로 물의를 빚어 구속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30일 오후 서울 서부지검에서 남부구치소로 이송되고 있다.

30일 조현아(40)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는 항공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전례가 극히 드물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땅콩 리턴’ 사건이 대기업 오너 일가의 횡포를 단적으로 드러낸 데 이어 대한항공의 사건은폐와 증거인멸, 국토교통부 조사관과의 유착 등 국민적 공분을 산 정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조 전 부사장에게 검찰이 적용한 혐의는 항공보안법상 항공기항로변경죄 및 항공기안전운항저해폭행죄, 형법상 강요죄 및 업무방해죄 등 4가지다. 그 중에서도 여객기 안에서 사무장과 승무원을 폭행하고, 항공기를 되돌리도록 기장에게 지시한 항공보안법 위반 혐의가 핵심이다.

검찰과 법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항공법 또는 항공보안법 위반 사건으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사례는 단 1건에 불과하다. 이 사례조차 불법체류 외국인 단속과 관련된 것으로 항공기 운항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었다. 불구속 상태로 항공보안법 위반 재판을 받은 사건 중에서 가장 중하게 처벌된 사례는 인천지법이 지난 11월 21일 기소된 사업가 권모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것이다. 권씨는 5월 뉴욕발 인천행 대한항공 항공기 안에서 씹는 담배를 이용한다고 지적한 승무원에게 폭언을 하고 노트북을 집어 던지는 등 소란을 피운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벌금형을 받았다.

항공법 위반 처벌은 대부분 조종사들의 운항 과실에 대한 것으로 약식기소로 마무리됐다. 대한항공 조종사 이모씨는 1999년 3월 포항공항에서 악천후에 착륙을 시도하다 활주로를 벗어나 88명이 다치고 211억원 상당의 재산 손해를 입혀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1998년 슬라이딩매트를 설치하지 않은 상태에서 비상탈출을 지시했다가 승객 2명에게 골절상을 입힌 조종사들에게는 선고유예가 나기도 했다.

조 전 부사장이 대한항공 경영진이자 오너 일가로서 권력을 남용해 항로 변경을 지시한 것은 사실상 비교할 만한 전례가 없다. 또 특별사법경찰관 신분인 사무장과 승무원을 폭행함으로써 탑승한 300여명의 승객 안전을 위협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는 해도 기내에서 소란을 일으킨 권씨가 불구속 기소돼 벌금형으로 끝난 것과 비교하면 과연 조 전 부사장의 폭행과 항로변경이 구속될 만한 사안이냐는 의문이 없지 않다. 조 전 부사장의 영장 발부에는 항공보안법 위반 혐의뿐만 아니라 대한항공 측이 ▦폭행을 당한 박 사무장과 승무원에게 거짓진술을 강요하는 등 조직적인 증거인멸에 나서고 ▦사건 조사를 맡은 국토부로부터 조사 내용을 흘려 듣는 등 사건 은폐 정황이 속속 드러난 점이 고려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특히 재판부가 이번 사건에 대해 크게 공분하고 있는 국민 여론을 반영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지금까지 대중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재벌 2ㆍ3세의 ‘갑질’을 국민들이 직접 맞닥뜨린 이유가 크다”고 말했다. 증거인멸을 주도한 대한항공 여모 상무의 구속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법원이 대한항공 오너 일가이자 여 상무의 윗선인 조 전 부사장만 영장을 기각하는 것은 어려웠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조 전 부사장 아버지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1999년 항공기 리베이트 1,095억원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한 뒤 629억원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로 구속돼 이듬해 법원에서 징역 4년과 벌금 300억원을 선고받은 적이 있다. 재계에서 재벌 오너 일가의 부녀가 구속된 것은 유례없는 일이다.

한편 이날 오전 10시쯤 구인장 집행에 응하기 위해 검찰청에 들어간 조 전 부사장은 영장실질심사 법정에서 심문을 마치고 나오고 영장 발부 후 서울남부구치소에 구속수감될 때까지 쏟아지는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수사관 2명에 이끌려 구속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대기하기 위해 검찰청으로 이동하던 조 전 부사장은 15분 가량 동안 취재진에 가로막히기도 했다. 고개를 푹 숙인 채 취재진의 질문에 침묵하던 조 전 부사장은 한 시민이 “조현아, 얼굴 들어”라며 코트 옷깃을 잡아 당기자 눈물을 보였다. 이날 서부지법 1층 정문에는 청원경찰 10여명이 배치돼 조 전 부사장을 따라 정문 안으로 들어가려던 취재진의 접근을 막기도 했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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