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신년맞이 행사 중 인파가 한쪽으로 몰리고 ‘가짜 돈’까지 주우려는 소동이 벌어지며 36명이 압사하고 47명이 부상을 당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밤 11시35분 상하이시 황푸(黃浦)구의 유명 관광지인 와이탄(外灘)의 천이(陳毅)광장에서 황푸강 건너편 둥팡밍주(東方明珠) 등을 구경하기 위해 나온 인파들이 한쪽으로 몰리면서 일부 시민들이 바닥에 넘어져 발에 밟히는 사고가 일어났다. 강 건너편 푸둥(浦東)지구의 고층 건물들과 화려한 야경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이 곳엔 당시 둥팡밍주 앞에서 펼쳐지고 있던 새해맞이 ‘카운트다운’ 행사로 수만명이 모여 있었다. 목격자 우타오(吳濤)씨는 신화망에 “당시 현장은 인산인해였는데 한 사람이 건물 위에서 ‘미국 달러’라고 고함을 지른 뒤 돈처럼 생긴 종이 뭉치를 뿌렸고 이 때문에 사람들이 이를 줍기 위해 달려들며 일순간 아수라장이 돼 버렸다”며 “이 과정에서 사람들이 서로 넘어지고 짓밟히며 사고가 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확인 결과 이 ‘달러’는 부근 한 술집에서 일종의 상품권으로 만든 가짜 돈이었다. 다른 한 목격자는 “강 건너편을 좀 더 잘 볼 수 있는 광장의 관광 전망대쪽으로 가려던 사람들과 광장에서 나가려던 사람들이 엇갈리며 사람들이 넘어지기 시작했다”며 “그러나 이러한 상황을 알 수 없는 뒤쪽 사람들이 계속 앞쪽으로 밀려 오며 압사 사고로 이어졌다”고 중국신문망에 말했다. 경찰은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중이다.
상하이시 당국은 사고가 나자 곧 바로 비상 통로를 확보하고, 응급 조치 등을 취한 뒤 부상자를 상하이 디이(第一)인민병원 등으로 긴급 후송했다. 디이인민병원 응급실과 건물 안 복도는 가족과 친지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한 인파들이 다시 한꺼번에 몰리면서 큰 혼잡을 이뤘다. 한정(韓正) 상하이시 서기와 양슝(楊雄) 상하이시장도 사고 발생 직후 신속한 부상자 긴급 구조에 나설 것을 지시한 뒤 병원 등을 찾아 유가족과 부상자를 위로했다. 상하이시에 따르면 1일 오전 11시 현재 사망자는 36명, 부상자는 47명으로 집계됐다. 이중 7명은 경상이어서 퇴원을 했지만 40명은 아직 병원 치료중이다. 부상자 중 남성은 12명, 여성은 28명이다. 또 중상이 13명, 경상이 27명이다.
그러나 이날 사고에도 강 건너편 둥팡밍주 앞에서 펼쳐진 신년맞이 축하 행사는 예정대로 진행됐다. 가수들과 연예인은 둥팡밍주 앞에 마련된 특설 무대에서 2015년이 시작되자 경쾌한 노래와 춤을 선보이며 축하 공연을 펼쳤다. 이러한 장면은 관영 CCTV 등을 통해 중국 전역으로 생방송됐다. 이에 대해 한 네티즌은 “강 건너편에서 수십명이 숨지는 사고가 난 상황이라면 당국에서 마땅히 행사를 취소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날 새해맞이 행사는 중국 베이징(北京)시의 올림픽공원, 상하이시의 둥팡밍주, 광저우(廣州)의 광저우타워와 홍콩 등에서도 펼쳐졌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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