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유출 사건 땐 여권 관계자 압수수색도 하지 않고
정문헌 의원만 약식기소로 마무리
공범 혐의 없는 조응천 前비서관은 영장 강행 등 무리한 구속수사 시도
"靑 눈치보기로 형평성 상실" 지적, 검찰 5일쯤 중간수사 결과 발표
조응천(52)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의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면서 검찰 수사가 형평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내용을 유출한 정문헌(48) 새누리당 의원을 벌금 500만원에 약식기소했던 검찰이 혐의가 다를 것이 없는 조 전 비서관에 대해서는 무리하게 구속시키려 한 것은 검찰의 전형적인 청와대 눈치보기라는 지적이다.
법원이 지난달 31일 조 전 비서관의 영장을 기각하면서 제시한 사유는 ‘구속수사의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혐의에 대한 소명(증명)이 부족하다’거나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보통의 영장 기각 사유와는 달리, 구속까지 할 사안으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검찰은 애초 박관천 경정이 ‘정윤회씨의 국정개입 의혹’ 등의 허위 문건을 작성한 후 이를 청와대 밖으로 반출한 과정의 배후 혹은 공범자로서 조 전 비서관의 역할을 집중 수사했다. 하지만 강도 높은 조사에도 조 전 비서관의 혐의가 드러나지 않았다.
오히려 이와 무관하게 다른 청와대 문건들이 조 전 비서관을 통해 박지만 EG 회장에게 보고된 것이 포착되면서 수사가 급진전했다. 지난달 23일 박 회장을 소환하고 불과 4일만인 27일 조 전 비서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조 전 비서관을 26일 소환하기에 앞서 법원에 체포영장도 청구했지만 기각됐었다.
엄격하게 말해 ‘별건 수사’로 비판을 받을 대목이었지만 검찰이 그만큼 조 전 비서관에 대한 영장 청구 의지가 강했다는 것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국기문란’이라고까지 대통령이 말한 마당에 조 전 비서관을 구속 못하고 박 경정 한 명을 구속하는 것으로 수사를 끝낼 수는 없었을 것이고, 이는 검찰의 체면 문제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같은 검찰의 행보는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유출 사건과 극히 대비된다. 검찰은 지난해 6월 대화록 유출 사건을 마무리하면서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 등 다수의 여당 의원들을 무혐의 처리하고 정문헌 의원만을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으로 약식기소했다. 청와대 통일비서관으로 일하면서 열람했던 대통령 지정기록물인 대화록의 내용을 김 의원 등에게 유출했음에도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던 것은 물론, 형법상 공무상비밀누설죄가 아닌 처벌 수위가 한참 낮은 공공기록물관리법을 위반한 것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정식 재판도 아니고 벌금 500만원이라는 약식 재판 청구에 봐주기 수사라는 비판이 쏟아지자 검찰은 ‘문건 형태로 유출하지 않았다’며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대응했다. 그러나 당시 검찰은 압수수색도 하지 않았고, 여권 관계자들이 상당량의 대화록 문구를 그대로 공개했는데도 정확한 유출 경로를 파악조차 하지 못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대화록 유출 사건도 이번 문건 유출 사건 못지 않게 대선정국을 뒤흔들 정도로 큰 사건이었지만, 검찰은 봐주기로 끝냈다”면서 “청와대 기록물(문건)을 누설했다는 점에서 두 사람의 혐의에 유사한 점이 많은데도 처리 기준이 크게 달라 국민들은 결국 검찰 수사의 공정성과 형평성, 정치적 이해관계 등 뒷배경을 의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영장이 기각된 조 전 비서관을 불구속기소하기로 하고, 이르면 5일 문건 의혹 사건에 대한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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