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석패율제 도입엔 긍정적… 새정치 "중대선거구도 검토할 만"
여야 비례대표 개선 필요성 공감 불구 지역구 의석 감소엔 반발… 합의 난항
여야는 선거제도 개편 방안에 대한 당론 결정을 미룬 채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선거제도가 전반적인 정치구도 뿐만 아니라 개별 국회의원들의 이해관계와도 밀접히 관련돼 있어 내부의 입장 조율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주요 정당의 지지층과 지역 기반이 다른 만큼 이들 정당의 선호도는 비교적 분명하게 드러나 있다.
與는 소선거구제ㆍ석패율제, 野는 중대선거구제ㆍ비례대표 확대 선호
새누리당은 현행 소선거구제의 틀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텃밭인 영남권 의석 수가 열세 지역인 호남보다 2배 이상이라 현상 유지가 절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다만 소선거구제 보완 차원의 석패율제 도입에는 긍정적이다. ‘지역구도 완화’라는 정치적 명분을 내세우면서 실질적으로는 수도권에서 근소한 차이로 패하는 경우의 보완책이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김무성 대표가 지난해 10월 중국 방문 기간 중 기자간담회에서 “(선거제도 개편은) 중대선거구제와 석패율제 간 선택의 문제”라고 말했는데, 실제로는 후자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게 중론이다. 김문수 보수혁신특위 위원장도 지난해 11월 중앙선관위 주최 정당정책토론회에서 “민주주의는 과반이 결정권을 갖는 것”이라며 “승자독식 소선거구제가 뭐가 나쁘냐”고 반문했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부산에서 정당득표율이 30%를 넘나드는 만큼 PK(부산ㆍ울산ㆍ경남)권에서 상당한 의석 확보가 가능한 반면 새누리당의 호남권 득표율은 10%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유력 당권주자인 문재인 의원은 이미 지난 대선에서 이를 공약으로 내걸었을 정도로 적극적이다.
새정치연합 입장에선 중대선거구제로의 전환도 고려해볼 만하다. 같은 이유에서 PK권은 물론 대구ㆍ경북(TK)권에서도 자당 후보들의 당선을 기대해볼 수 있는 데 비해 호남에선 새누리당보다 진보정당이나 야당 성향의 무소속 후보들이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다. 또 다른 유력 당권주자인 박지원 의원은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과 함께 중대선거구제도 적극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의당은 원내 정당 중 유일하게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당론으로 채택한 상태다. 지역주의에 기대지 않고 저변에 깔려 있는 진보정당에 대한 지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보는 것이다. 각종 시뮬레이션을 종합해보면 정의당이 19대 총선 당시 통합진보당의 득표율(약 10%)을 얻을 경우 30석 가량을 확보할 수 있다. 선거구제의 경우 중대선거구제로 전환하되 거대 정당들의 의석 독식을 우려해 최소 4~5석은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與野간 이견에다 의원들간 이해관계도 엇갈려 현실성은 미지수
기본적으로 선거법이나 정치자금법 등의 개정은 여야간 합의를 전제로 한다. 따라서 양측이 선호하는 선거제도 개편 방안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20대 총선에서 여야간 합의에 따라 개정된 제도가 적용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다만 여야 모두에서 비례대표제도의 개선 필요성이 거론된다는 점에서 논의가 일부 진전될 가능성은 열려 있다. 하지만 비례대표 선출 방안에 대한 여야간 합의가 쉽지 않은 상황에선 제도 개선의 핵심이 비례대표 의원의 수를 늘리는 것인데, 전체 의원정수를 늘리지 않는 한 현실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현재 54석인 비례대표를 100석 이상으로 늘리려면 결국 지역구를 줄여야 하는데 현역의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 고위관계자는 “의원 정수를 늘리는 것이 현실적 해법이지만 국민적 반감을 고려할 때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비례대표제의 전면적 개편을 주장하고 있는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도 이 같은 현실을 감안, “국민들의 눈이 무섭지만 국회 예산과 세비 총액을 현 수준에서 묶는 조건으로 의석을 과감히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여야를 떠나 농어촌 지역 의원들은 ‘지역 대표성’ 유지를 강조하며 도농복합선거구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엔 같은 당내에서조차 도시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과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실제 도입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임준섭기자 ljscogg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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