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선거구제·석패율제 등도
정치권에서는 현행 소선거구제 대안으로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가 가장 많이 거론된다. 아예 소선거구제 대신 한 지역구에서 2~4명의 의원을 선출하는 중대선거구제 검토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영호남에서의 지역 패권을 기반으로 지탱해 온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양당 기득권 구도를 완화하고 정당득표율과 의석 수 간 비례성을 보완함으로써 원내교섭단체(20석 이상) 규모의 제3 정당을 비롯한 소수 정당의 진출을 활성화하자는 취지다.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는 현행 우리나라의 소선거구제를 준용하면서도 비례대표 의석비율을 확대하는 방안이다. 독일 유권자는 우리나라와 같이 지역구 의원에 1표, 비례대표 의원 선출을 위한 지지정당에 대해 1표씩 총 2표를 행사한다. 하지만 전체 의석(598석)의 50%인 299석을 비례대표로 선출하고, 한 후보자가 지역구와 비례대표에 동시에 출마할 수 있다는 점은 우리와 다르다. 여기에 비례대표를 우리나라처럼 전국단위가 아닌 권역별(16개 주)로 선출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소외된 지역 대표성을 보완하는 장치다.
독일식 비례대표제에 따르면 각 정당은 전국에서 획득한 득표율만큼 의석을 차지하게 된다. 전체 의석을 300명을 가정했을 때 A정당이 전국에서 40%를 득표했다면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포함해 전체 의석의 40%인 120명을 배정받게 된다. A정당이 지역구에서 100명의 의원을 당선시켰다면 비례의원은 20명까지 당선시킬 수 있다. 이 과정이 전국 단위로 진행되지 않고 주(州)를 기준으로 한다는 점이 우리와 다르다. 이처럼 정당득표율에 따라 의석 수를 배분하기 때문에 지역 기반이 없는 소수정당에게 원내 진입 장벽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비례대표 의석 비율 확대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현행 54석인 우리나라의 비례대표 의석으로는 본연의 취지인 직능ㆍ연령 별 대표 기능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기 때문이다.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혼용하는 국가 중에 우리나라의 전체 의석 대비 비례대표 비율은 18%로, 독일(50%), 일본(37%), 대만(35%) 등에 비해 낮은 편이다. 다만 의원 정수를 고정한 상황에서 비례대표 확대는 그만큼 지역구 의석이 줄어드는 것이기 때문에 현역 의원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이밖에 지난해 10월 헌법재판소의 현행 선거구 획정 기준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중대선거구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지역구 당 복수의 의원을 선출하는 것으로, 사표를 줄이고 군소정당의 원내 진입 가능성을 높이는 방안으로 거론된다. 특히 영남에선 새정치연합과 진보정당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아 지역갈등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 거론된다. 하지만 영남에선 새누리당 성향의 무소속 후보, 호남에서 새정치연합 성향의 무소속 후보가 대거 당선돼 지역주의 극복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반론도 나온다.
일각에선 중대선거구제는 군소정당의 난립으로 정국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석패율제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석패율제는 한 후보자가 독일처럼 지역구와 비례대표에 동시에 출마하는 것을 허용, 중복 출마자 중 가장 높은 득표율로 낙선한 후보를 비례대표로 뽑는 제도로, 지역구 선거에서 아깝게 낙선한 후보를 비례대표로 당선시켜 그 정당의 지역 대표성을 보완하자는 취지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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