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유력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한국 정치권 일각에서 ‘경제 살리기’를 이유로 대기업 총수들에 대한 가석방·사면 추진 움직임이 있는 것에 대해 “재벌 집착증”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신문은 1일자 ‘서울의 재벌 집착증’(Seoul's Chaebol Fixation)이란 제목의 사설을 통해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으로 한국민이 재벌 일가의 특권에 분노하는 가운데 대기업 총수 사면·가석방 추진 움직임까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WSJ는 일부 지도자들이 이를 추진하면서 “경제가 필요로 한다는 이상한 이유를 대고 있다”며 “한국 사회의 재벌 의존이 대기업 총수들에 대한 면죄부 문화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최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경제 활성화를 위한 기업인 가석방의 필요성을 언급한 사실과 지난해 9월 황교안 법무장관이 “(잘못한 기업인도)국민적 합의가 이뤄지면 다시 기회를 줄 수 있다”고 밝힌 내용을 소개했다. 이어 “그러나 한국에서 그 같은 국민적 합의는 없다”며 ‘땅콩 회항’ 사건 이후 재벌 특권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여전히 남아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가석방이 거론되는 대기업 총수의 상당수가 횡령 또는 사기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면서 과거 이 같은 가석방 조치는 법치에 대한 신뢰를 흔들리게 했다고 지적했다. 또 2013년 1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 조치를 비판했던 박근혜 대통령이 이제는 재벌의 저주에 걸렸다면서 가석방·사면 조치로 치러야 할 정치적인 비용이 계속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민주적인 압박이 재벌을 보호하는 봉건적 문화를 필연적으로 억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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