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강원 삼척에 사는 여고생 A(19) 양은 2013년 12월 서울 강남구 신사동 G성형외과에서 쌍꺼풀과 코 수술을 받았다. A양의 수술은 2시간30분 만에 끝날 예정이었지만 7시간 만에 온몸이 경직된 상태로 119구급차에 실려 대학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G성형외과는 사실무근이라고 말했지만 대한성형외과의사회는 “G성형외과가 A양과 상담한 유명의사 대신 얼굴도 본 적이 없는 섀도닥터(대리 의사)가 수술하고, 환자를 속이려고 수면마취제를 과다 투여했다”고 주장했다. G성형외과는 전에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장 광고 등으로 시정 명령을 받은 바 있다.
#2 여대생 정모(21) 씨는 지난달 19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W성형외과에서 4시간 동안 광대뼈ㆍ턱수술을 받은 뒤 의식을 잃고 사망했다. 수술 도중 혈압이 떨어져 회복실로 옮겨졌지만 숨진 것이다. 피해 여대생은 수술 전후 사진 모델이 되는 조건으로 1,000만원가량의 수술비를 지원받아 수술대에 올랐다 이런 변을 당했다. 이 성형외과는 지난해 외국인 환자 유치 우수병원으로 선정돼 보건복지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3 지난달 28일 온라인에 ‘J성형외과 간호조무사 인스타그램’이라는 제목으로 간호조무사들이 서로를 찍은 것으로 추정되는 몇 장의 사진이 공개됐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 J성형외과 수술실 안에 환자가 누워있는데도 불구하고 서로 장난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가슴 보형물을 자신의 몸에 갖다 대는가 하면, 원장 생일을 축하하는 케이크를 들고 찍은 모습도 있었다.
이들 케이스는 ‘성형공화국’의 민낯을 드러낸 대표적인 의료사건ㆍ사고다. 모두 서울 강남 ‘성형메카’에 있는 굴지의 대형 성형외과에서 발생했다. 성형외과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진 것은 물론이다. 한 성형외과 전문의는 “올 것이 왔다”고 담담히 말했다. 병원 광고규제가 가능한 것만 명시하는 ‘포지티브 방식’에서 안 되는 것은 빼고 다 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풀리면서 생긴 필연적인 결과라는 것이다. 그는 “병원들이 돈을 많이 벌려고 환자를 마치 상품처럼 다루다 보니 이런 일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다른 전문의도 “문제된 병원이나 의사에 대한 제재가 솜방망이다 보니 여론이 잠잠해질 때까지 조용히 있으면 된다는 생각이 팽배해 있다”고 했다.
대한의사협회가 뒤늦게 수술실 명찰제와 대형 성형외과병원 모니터링, 의사가 직접 환자 상담, 응급처치실 마련, 마약류 통합관리시스템 구축 등을 자율정화 방안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이런 미봉책으로는 어림도 없다. 한 의협 관계자는 “허술한 법망을 악용하는 의사들이 너무 많아 회원 자격 정지 등 미봉적인 제재는 실효성이 없다”며 “보건당국이 병원 영업 정지와 의사 면허 박탈 등과 같은 강력한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과일 바구니에 썩은 과일 하나를 그냥 놔두면 나머지 온전한 과일들도 덩달아 썩게 마련이다. 보건당국이 적극 나서야 할 때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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