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서 도전·혁신·실행 등
위기극복용 경영화두 제시
2015년 ‘청양의 해’가 밝았지만 2일 시무식에 참석한 재계 주요 그룹 총수와 최고경영자(CEO)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세계 경기 침체와 신흥국의 정치적 불안 등 경영환경의 불확실성과 무섭게 추격 중인 후발주자들의 도전은 올해 더 거세질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당장 생존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절박한 위기의식은 신년사에 그대로 묻어났다. ‘신성장동력 발굴’을 내세웠던 예년과 달리 하나 같이 ‘혁신’ ‘실행’ ‘고객중심’ 등 위기 극복용 키워드를 강조했다. 올해 경제상황을 낙관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재계 1위 삼성그룹은 병상에 있는 이건희 회장 대신 계열사 CEO들이 새해 경영화두를 던졌다.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사장단과 임직원 400여 명이 참석한 서울 서초동 본사 시무식에서 “새롭게 도전하고 변화해야 한다”며 미래 경쟁력 강화를 당부했다.
총수가 수감 중인데다 주력분야인 에너지ㆍ화학산업의 급격한 실적악화에 직면한 SK그룹의 위기감은 더욱 컸다.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더 커지고 최태원 회장의 부재가 장기화되면서 전례 없는 경영애로가 예상된다”며 “그룹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에너지와 화학 분야가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몰렸다"고 사내방송을 통해 8만여 임직원에게 토로했다. 김 의장은 이어 “업의 본질이나 게임의 룰을 바꾸려는 혁신적 노력을 지속해야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구본무 LG그룹 회장도 “환율과 유가의 불안정한 움직임, 후발 기업의 거센 추격, 일본과 중국의 동향 등을 보면 수년 내에 큰 어려움이 올 수도 있다”며 “말보다 행동이 중요하고, 기필코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각오로 힘을 모아 철저하게 실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도 “아무리 좋은 전략과 계획도 실행 없이는 종이조각에 불과하다”며 실천을 강조했고,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역시 “세계 경제가 점진적 회복기에 들어서 이제 행동하고 움직일 때가 됐다”며 실천을 주문했다.
지난해 연말 삼성그룹의 방산ㆍ화학 계열사를 인수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변혁의 발걸음은 더욱 빨라졌고, 올해는 그룹의 명운을 건 역사적인 도전이 될 것이니 두 배, 세 배 더 뛸 각오로 시작해 달라”고 밝혔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올해 우리에게 무엇보다 절실한 것은 내부로부터의 혁신과 치열한 자기반성”이라며 대내외 불안한 경제여건에 대비한 ‘내실 경영’을 강조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경북 포항 본사에서 가진 시무식에서 “재무적 성과 창출이 핵심 키워드”라며 수익구조 강화를 주문했다.
허창수 GS회장은 “동일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고객과 현장 중심으로 끊임없이 혁신해 역동적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했고, 이상운 효성 부회장도 “시장 흐름을 정확히 읽고 경쟁자보다 더 고객지향적으로 활동해야 지속 성장할 수 있다”고 고객을 강조했다. 5년 만에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서 탈출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은 “더욱 강하고 힘있고 멋있는 기업을 만들기 위해 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로 ‘자강불식'(自强不息)을 제시했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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