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3차 정상회담 멋지게" 朴 "야당이 많이 도와 달라"
文, 자학개그로 분위기 주도 朴, 국정 쇄신 촉구엔 고개만 끄덕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대표 및 5부 요인 등이 참석한 가운데 2일 열린 청와대 신년인사회에서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은 박 대통령을 향해 남북정상회담의 조속한 개최와 청와대 및 내각 인사 교체를 포함한 전면적인 국정 쇄신 등 각종 주문을 쏟아냈다. 문 위원장은 작심하고 할 말을 다 했다고 한다. 뼈 있는 덕담이 오갔지만 분위기는 대체로 화기애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문 위원장은 이날 헤드테이블에 앉아 20여분간 대화를 주도하며 박 대통령에게 집권 3년 차 성공을 위해 3차 남북정상회담 개최 등 대화의 물꼬를 터 남북관계 개선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문 위원장은 기자와 통화에서 “북한 정상이 거꾸로 대화를 제안한 것은 매우 드문 일로, 이번 기회를 틀림 없이 성공시켜 3차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켜야 민심의 파고를 넘을 수 있다. 잊지 말고 챙겨서 멋지게 해보라고 당부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박 대통령이 “정부 당국과 통일준비위원회가 노력을 많이 했다. 야당이 많이 도와달라”며 긍정적으로 화답했다고 한다. 문 위원장은 “대통령이 전향적으로 나설 의향이 느껴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5ㆍ24 조치만 덮어 놓고 해제하라고 하면 협상이 되겠느냐. 야당이 적극 도와줘야 한다”며 야당의 협조를 구했다고 문 위원장이 전했다. 이에 문 위원장은 “물론이다. 안보문제에 관해선 적극 협조할 용의가 있다. 그러나 그것도 대화를 해야 풀어진다”라며 대화를 통한 남북 관계 해법을 재차 당부했다고 한다.
문 위원장은 청와대 및 내각을 포함한 전면적인 국정 쇄신도 강하게 촉구했지만, 박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선 미소를 띤 채 고개를 끄덕이며 묵묵히 듣기만 하고 특별한 언급은 없었다고 한다. 다만 정홍원 국무총리가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어 다소 어색한 분위기가 연출됐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문 위원장은 이 밖에도 “누님과 어머님의 리더십을 보여 100% 통합하며 끌어 안아야 한다”고 소통할 것을 주문했다.
문 위원장은 또 특유의 ‘자학개그’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위원장은 “(여기 참석한 분들이) 다 정상급인데 저만 비정상대책위원회 위원장 자격으로 왔기에 송구스럽기 그지 없다. 특히 헌법재판소장께서 '을미적 거리다 병신된다'(을미년 다음 해인 병신년을 빗댄 농담)고 해서 잘못했다가 병신 되는 게 아닌가 걱정이 태산 같다”고 입담을 과시하자 박 대통령이 파안대소를 했다고 한다.
이날 신년인사회가 끝나고 박 대통령과 문 위원장이 비공개 독대를 했다는 얘기가 돌았지만 문 위원장은 “그럴 새가 없었다”고 부인했다. 문 위원장은 “김무성 대표가 행사장에 쓸쓸히 앉아 있었다고 누가 그러던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 나랑 같이 먼저 들어가서 헤드테이블에 앉아 있었고 나중에 다들 인사하러 왔다”고 김 대표를 챙기는 모습도 보였다.
지난해 신년인사회에서 당시 민주통합당 김한길 전 대표는 국가기관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해 특검을 촉구하며 박 대통령을 향해 날을 세웠던 것에 비하면 대조적이었다. 이날 신년인사회에 야당은 문 위원장과 이석현 국회부의장, 백재현 정책위의장, 조정식 사무총장이 참석했다. 우윤근 원내대표는 지역구 일정에 내려갔다 비행기 연착으로 참석을 못했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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