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서 사건엔 에둘러 유감 표명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은 2일 "청와대가 기강을 확립하고 규율을 정비해 모든 정부 기관의 모범이 되고 쓸모 있는 대통령의 비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이날 청와대 비서실 시무식에서 이 같이 당부하고 "저도 분발할 테니 여러분도 함께 분발하기를 간곡히 부탁한다"고 말했다고 민경욱 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청와대가 언론에 공개하지 않은 회의에서 나온 김 실장의 발언을 소개한 것은 드문 일이다.
특히 김 실장이 "저도 분발하겠다"고 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사실상 재신임을 받은 것을 시사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일부에서 나왔다. 지난 해 '정윤회 문건'이 청와대에서 작성되고 유사 문건이 대량 유출되는 등 청와대의 취약성이 노출되자 여권에는 박 대통령이 분위기 쇄신을 위해 김 실장을 교체해야 한다는 요구가 무성했다. 반대로 김 실장의 발언이 청와대 분위기를 다잡기 위한 원론적 내용일 뿐이라는 해석도 있다.
김 실장은 청와대 기강 바로 세우기를 거듭 강조했다. 김 실장은 "돌이켜 보면 우리가 노력한다고 했지만 불충한 일들이 있어 위로는 대통령님께, 나아가서는 국민과 나라에 걱정을 끼친 일들이 있다"고 말해 지난 해 문건 유출 사건에 대해 우회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김 실장은 또 "군기가 문란한 군대는 적과 싸워 이길 수 없고 기강이 문란한 정부조직은 효율적으로 일할 수 없다"며 "개인 영달과 이익을 위해 직위를 이용하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이어 김 실장은 "경제 혁신 3개년 계획으로 앞으로 30년 간의 성장과 번영을 이루겠다는 박 대통령의 철학을 꼭 구현할 수 있도록 허리띠를 졸라 매고 보필해야 한다"며 "배수의 진을 치고 파부침주(破釜沈舟ㆍ밥 짓는 솥을 깨고 돌아갈 때 타고 갈 배를 가라 앉힌다)의 마음으로 앞으로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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