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가 25년 만에 이라크 주재 대사관을 재개하기로 하고 실무작업을 준비 중이라고 사우디 국영 SPA통신이 3일 보도했다.
사우디 외무부의 한 소식통은 SPA통신에 “양국 정상 간 합의에 따라 바그다드에 사우디 대사관과 쿠르드 자치지역 수도 아르빌에 총영사관을 다시 열도록 실무팀이 건물, 설비 등을 알아보려고 1주일 안에 바그다드로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디는 1990년 당시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쿠웨이트를 침공하자 국교를 단절하고 대사관을 폐쇄했다. 이후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으로 후세인 정권이 퇴출당한 이듬해인 2004년 국교를 재개했으나 이라크에 외교 공관을 설치하지 않았다.
이는 사우디가 후세인 정권을 대체한 누리 알말리키 정부가 같은 시아파인 이란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수니파 차별 정책을 편다며 비난하면서 이라크와 불편한 관계를 이어온 탓이다. 실제로 알말리키 정부 요직은 후세인 정권 시절 탄압을 피해 이란에 망명했던 인사로 구성됐다.
사우디가 이라크 주재 대사관과 총영사관을 재개하기로 한 것은 숙적 이란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란은 최근 ‘이슬람국가’(IS) 사태로 이라크 정부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한 틈을 타 군사적 지원을 앞세워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지난해 9월 알말리키 정권은 교체됐지만 IS 사태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여전히 친이란 시아파인 이라크 정부에 이란의 지분이 커지면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의 지정학적ㆍ종교적 주도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 지난해 11월엔 푸아드 마숨 이라크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사우디를 방문, 외교 관계 복원을 모색해 주목받기도 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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