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10명, 대안공간 루프서 전시
일본 미디어아트 작가 사카키바라 스미토의 애니메이션 ‘에 인 모션 넘버 2’는 하나의 그림처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서서히 흘러간다. 주인공 소년이 그림 속을 여행한다. 해변에 떠밀려 온 고래와 대화하고, 산 위에 올라 그린 그림을 새에게 날치기 당해 화를 내고, 집회와 서커스를 지켜본다. 서정적인 동양화처럼 시작한 작품은 꿈 속 모험을 다룬 일본의 애니메이션 영화 ‘파프리카’를 연상시키는 화려하고 환상적인 세계로 이어진다.
‘디지털 트라이앵글 : 한ㆍ중ㆍ일 미디어아트의 오늘전’이 서울 서교동 대안공간 루프에서 열리고 있다. 12월 30일 시작한 이 전시는 동북 아시아 3국의 미디어아트를 돌아보자는 취지로 기획돼 일본 2명, 한국 3명, 중국 5명의 작가들이 참여했다.
공동기획을 맡은 서진석 대안공간 루프 디렉터는 “작품마다 주제는 서로 다르지만 전통적 예술작업을 새로운 매체를 통해 더 매력적으로 구현하려는 노력이 공통적으로 엿보인다”고 설명했다. 일본 작가 도미나가 요시히데의 ‘세계 평화’가 대표적인 예다. 영상 속에서 도미나가는 초거대 판화를 로드롤러로 찍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오래된 매체인 판화를 찍는 작업 자체를 하나의 이벤트로 만든 것이다.
작가들이 동북 아시아에 남아 있는 전통적 국제 질서를 비판하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도미나가의 판화에 담긴 메시지 ‘세계 평화’는 국가 간 분쟁으로 국민들의 민족 감정을 자극하려는 동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비판이다. 중국 작가 왕궈펭은 2008년부터 북한의 모습을 사진에 담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번에 전시된 사진 3점은 교실 풍경이다. 외부와 단절된 북한 사회의 내부 모습을 편견 없이 다루고 있다.
이번 전시는 국제적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다가 2001년 심장마비로 사망한 이원일 큐레이터의 추모전 성격을 띠고 있다. 이원일 큐레이터와 친분이 있었던 작가들이 전시료를 받지 않고 자발적으로 전시에 참여했다.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이이남 작가와 이태원동 표갤러리에서 작품을 전시 중인 첸웬링 작가도 별도의 작품을 내놓았다. 전시는 1월 31일까지 이어진다.
인현우기자 inhy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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