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전 데뷔골로 이름 석자 각인... 슈틸리케호 발탁 전까진 무명 선수
‘군데렐라’ 이정협(24ㆍ상주 상무)이 화제다. 2015 호주 아시안컵에서 깜짝 발탁된 이정협은 4일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의 A매치 데뷔전에서 쐐기골을 터뜨리며 스타 탄생을 예고했다. 자고 일어나니 스타가 됐다는 옛말 그대로다.
인생역전(人生逆轉)
이정협이 ‘슈틸리케호’에 뽑히기 전까지 그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축구팬들에게도 생소한 이름이었다. 이정협은 울리 슈틸리케(61ㆍ독일)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을 만나기 전까지 A대표팀에 이름을 올린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각급 대표팀에서도 거의 부름을 받은 적이 없는 뉴 페이스였다. 2009년 9월 아시아축구연맹(AFC) U-19(19세 이하) 챔피언십 예선 대비 훈련, 2011년 1월에 U-20 대표팀 제주 동계훈련에 소집된 것이 전부였다.
이정협은 K리그에서도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2013시즌 부산에서 프로로 데뷔했지만 27경기를 뛰면서 2골에 그쳤다. 팀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 그는 지난해 군 복무를 위해 상주 상무에 입단했다.
이정협은 상주 상무에서도 주전은 아니었다. 후반 교체 출전하는 조커로 활약했다. 지난 시즌 풀 타임을 소화한 것은 단 2경기에 불과했다. 그는 지난 시즌 상주에서 25경기 4골을 기록했다. 이정협은 키 186㎝의 장신 공격수다. 공중볼에 강하고 왕성한 활동량이 돋보였다. 부지런히 움직이며 상대 수비수를 끌고 다닐 수 있는 것도 이정협의 장점이다.
그는 백업요원으로서 제한된 출전시간 탓에 지난 시즌 K리그 클래식에서 많은 골을 넣지는 못했다. 그러나 유효슈팅 10개로 4골을 터뜨릴 정도로 골 결정력은 확실했다.
이정협은 군에 입대하기 전인 지난해 2월‘이정기’에서 지금의 ‘이정협’으로 이름을 바꿨고, 개명과 함께 축구 인생의 전환점을 만들어가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정협은 전형적인 타깃맨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수다. 상대의 수비진 중심에서 충분히 제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대기만성(大器晩成)
이정협을 지도한 윤성효(53) 부산 아이파크 감독과 박항서(56) 상주 상무 감독도 이정협이 A대표팀에 승선할 지는 몰랐다. 박 감독은 “솔직히 예상을 하지 못했다”고 했고, 윤 감독은 “아직은 설익은 과일과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두 감독이 이정협과 함께 하면서 느낀 공통점이 있다. 잠재력이 무한한 선수이면서 경험만 잘 쌓는다면 국가대표 원톱 계보를 이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윤 감독은 이정협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지도자다. 동래고 시절부터 그를 지켜봤다. 숭실대로 진학시킨 것도, 부산으로 데려온 것도 윤 감독이었다. 이정협은 2009년 부산MBC고교축구대회 최우수선수, 2012년 제43회 전국추계대학축구연맹전에서 득점왕을 차지했다.
윤 감독은 “정협이는 헤딩력과 움직임이 좋은 전형적인 원톱 감”이라면서 “성실하게 공만 차는 선수”라고 칭찬했다.
박 감독은 “행동반경이 넓은 데다 무엇보다도 스트라이커에게 가장 필요한 득점을 향한 집중력을 갖추고 있다”며 “팀 훈련이 끝나면 추가로 개인 훈련을 하는 모습을 많이 봤다. 부족한 부분을 찾고 발전시키려고 노력한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사우디와의 최종 평가전에서 강한 인상을 심어준 이정협은 자세를 더욱 낮췄다. 그는 “나는 주전 공격수로 발탁된 게 아니다. 이동국(36ㆍ전북 현대), 김신욱(27ㆍ울산 현대) 형이 다치는 바람에 기회를 잡았을 뿐”이라면서 “이 기회를 살려 앞으로 형들이 대표팀에 복귀했을 때 주전경쟁까지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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