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쇠꼴마을 캠핑장 '미니 동물원' 일본원숭이 좁은 야외철장서 전시
환경부, 보호 법률까지 개정했으나 계도기간 핑계로 불법사육 방치
6일 경기 파주 쇠꼴마을 캠핑장 입구 한쪽의 ‘미니 동물원’에는 사슴, 토끼, 진돗개, 염소와 함께 일본원숭이 한 마리가 전시돼 있었다. 한낮의 기온도 영하로 떨어진 이날 4㎡ 남짓 좁은 철창에 갇힌 원숭이는 추위에 떨며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사육환경은 열악했다. 철창 밖에 부착된 먹이통에는 구정물이 얼어 있었고, 우리 안쪽엔 페트병, 과자봉지 등 쓰레기도 눈에 띄었다. 캠핑장 관계자는 “일본원숭이를 야외 전시한 지 3년 이상 됐다”고 말했다. 30∼150마리가 무리 지어 생활하는 몸길이 45~60㎝의 일본원숭이는 국제자연보호연맹(IUCN)이 지정한 관심필요종(LC)이다.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이 지정한 국제적 멸종위기종이기도 하다. 그런 일본원숭이가 좁은 철창 안에서 정상적인 신체 활동이 제한된 채 홀로 겨울을 나고 있었다.
환경부는 국제적 멸종위기종 보호를 위해 지난해 7월 법률까지 개정했지만, 계도 기간이라는 이유로 사실상 불법사육을 방치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날 환경부에 따르면 개정된 ‘야생생물의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은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일본원숭이의 사육시설 관리 기준으로 한 마리당 사육 면적이 11.2㎡ 이상 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충분한 음용수를 신선하게 공급하고, 영장류 생태 특성에 맞는 잠자리와 바닥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고도 명시했다.
그러나 사설체험장인 쇠꼴마을 캠핑장은 법적 기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좁은 철창에서 불법사육을 하고 있다. 사육시설의 바닥은 대다수 국가에서 영장류 활동이 용이하도록 평평한 바닥을 권고하고 있지만 이 곳의 바닥은 철망으로 돼 있다.
서울동물원 관계자는 “좁은 우리에 갇힌 원숭이는 심리적 불안감을 느끼거나 움직이지 않는 등 스트레스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동물자유연대 이형주 팀장은 “야생 일본원숭이가 영하의 기온에서도 생활하는 건 정상적인 신체활동과 온천욕 등으로 체온을 유지하기 때문”이라며 “움직임을 제약하는 좁은 우리에 넣어 장기간 실외 전시를 하는 것은 저체온증으로 인한 폐사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해당 지역의 멸종위기종 관리를 맡은 환경부 산하 한강유역환경청은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일본원숭이의 열악한 사육 실태를 발견한 관람객이 한강유역환경청에 시정 조치를 문의했으나 “야생동물보호법 개정안의 계도기간이 올해 7월까지라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답했고, 2주가 지난 이날까지도 “아직 답사를 못 나갔다. 현장에 가더라도 벌금 부과 등 취할 조치가 없고, 법적 시설기준을 설명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계도기간의 취지가 개정된 법의 연착륙을 위한 것인 만큼 적극적으로 시설개선을 요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형주 팀장은 “관련 부처의 관리감독 의지가 약하다 보니 법률이 개정됐음에도 여전히 멸종위기동물을 열악한 시설에 방치해 돈벌이에 이용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경기 남양주 ‘꽃과 어린왕자’ 카페는 일본원숭이를, 경기 포천의 아프리카예술박물관 파충류체험관은 멸종위기종인 설가타 거북과 그린이구아나를 법적 사육기준보다 좁은 우리에서 전시 중이다.
파주=글ㆍ사진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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