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임위원장 방문 "법안 처리 요청" 연말에 朴 대통령과 1시간 독대
지난해 말부터 교체설에 시달리던 정홍원 국무총리가 최근 의욕적 행보를 보이면서 관가를 중심으로 유임설이 번지고 있다. 정 총리가 연말에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를 한 사실을 두고 박 대통령으로부터 유임 메시지를 받았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정 총리는 7일 국회를 방문해 이상민 법제사법위원장, 설훈 교육문화체육관관위원장, 정희수 기획재정위원장을 잇따라 만나고 경제활성화 법안 14건 등의 조속한 처리를 요구했다. 정 총리의 국회 상임위원장 연쇄 면담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만남은 정 총리가 먼저 요청해 성사됐다”고 말했다.
앞서 정 총리는 지난달 30일 총리와 부총리 2명으로 구성된 ‘3인 정례협의체’를 가동하고 매월 2차례씩 국무회의 직후에 만나 국정현안을 점검키로 했다. 총리ㆍ부총리 급에서 별도의 협의기구를 만든 것은 처음으로, 이 또한 정 총리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정 총리의 의욕적 행보가 박 대통령과의 오찬에 이은 독대 이후 두드러졌다는 점에서 정치권 및 관가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정 총리는 박 대통령과 지난달 23일 오찬을 함께 한데 이어 26일에는 박 대통령의 초청으로 청와대에서 1시간 가량 독대를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청와대 독대에서 정 총리와 함께 새해 국정운용 방안에 대해 진지하게 상의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때문에 박 대통령이 독대 과정에서 정 총리의 거취와 관련해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뒤따르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청와대 신년인사회에 갔는데 정 총리가 자기 발언 순서에서 스크린도 안 보고 열심히 얘기를 하더라”면서 “거기 있던 사람들은 다들 정 총리가 대통령에게 (유임에 대한) 언질을 받은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정 총리가 지난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주재한 새해 첫 확대간부회의에서 “총리실이 명실상부한 국정운영의 컨트롤타워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의미심장하게 해석되고 있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다소 입장이 갈리고 있다. 지난해 총리 후보자 연쇄 낙마 사태 당시 트라우마 때문에 총리 교체를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와 집권 3년 차를 산뜻한 내각으로 출발해야 한다는 주장이 혼재한 양상이다.
여론은 박 대통령이 새로운 국정동력을 얻기 위해서라도 정 총리를 교체해야 한다는 쪽에 기울어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사퇴가 결정됐다 재신임된 총리로는 ‘안전내각’을 주장할 수 없는데다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으로 또다시 제기된 인적 쇄신 요구를 수용하는 차원에서라도 교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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