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弗로 하락 때 성장률 0.2%↑
생산비 절감, 수출에 긍정적 영향"
최경환 '디플레이션 우려 크지 않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국책연구기관들이 7일 “국제유가 하락이 우리나라 성장률을 끌어 올리는 호재가 될 수 있다”는 실증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두바이유 가격이 50달러 아래로 떨어지는 등 좀처럼 멈추지 않는 국제유가 하락이 글로벌 경제는 물론 우리 경제에도 ‘악재’로 인식되자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것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유가 하락은 호재”라고 거들었다.
KDI 산업연구원 금융연구원 에너지경제연구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 5개 국책연구원은 이날 ‘유가하락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 분석’ 보고서를 통해 “유가가 연평균 배럴당 49달러까지 떨어지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0.2% 포인트 올라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경우 경상수지 흑자폭도 100억달러 이상 확대될 것으로 예상됐다. 원유를 저렴하게 들여올 경우, 물가상승률 하락으로 인한 경기침체 보다는 원가 절감을 통한 소비 및 수출증대 효과가 더 크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유가 하락세가 진정돼 60달러대 초반에 머무르는 경우에도 성장률은 0.1%포인트 오르고, 경상수지는 50억달러 넘게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유가가 84달러까지 치솟는 경우 성장률은 0.2%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김성태 KDI 연구위원은 “저유가로 인한 효과는 올 하반기에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보고서는 그러나 유가 하락으로 경제 전체의 구매력이 늘어나지만 제품 가격 인하 여부에 따라 경제주체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극명하게 엇갈릴 것으로 분석했다. 기업이 석유제품 가격이 감소한 만큼 비석유제품 가격을 내리지 않는 경우 늘어나는 총구매력은 10조4,000억원. 하지만 이중 90%에 달하는 9조3,000억원이 기업에 돌아가고, 가계의 몫은 고작 10%인 1조1,000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유가 하락이 모든 재화와 서비스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는 경우 구매력 증가분(9조5,000억원)의 절반이 넘는 55%(5조2,000억원)가 가계에 돌아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가 10% 하락으로 가계 구매력이 5조원 이상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최 부총리도 이날 오후 서울 구로 디지털밸리에서 신산업 기업인과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소비자가 혜택을 볼 수 있도록 국제유가 인하분이 제품가격에 적절히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국제유가가 많이 떨어져 원가에서 유가 비중이 높은 석유ㆍ화학제품 원가가 인하됐다"며 "인하분이 가격에 적절히 반영돼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분야에서도 유가 인하분이 제품가에 반영돼 소비자의 구매력, 실질소득 증가로 이어져야 내수가 활성화되고 경제 선순환 구조에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최 부총리는 앞서 오전에 열린 경제장관회의에서는 “유가 하락은 우리 경제에 큰 호재”라며 “저유가가 실질소득 증대로 이어져 오히려 수요를 보강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세종=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