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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기념회가 편법 통로… 그마저 여론에 막히자 돈줄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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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기념회가 편법 통로… 그마저 여론에 막히자 돈줄 탄다

입력
2015.01.0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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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단체의 기부 원칙적 금지에 10만원씩 쪼개기 후원 등 편법 극성

"현행 선거비용 제한적 공개 시스템 수입·지출 공개로 전환" 주장도

당비, 기탁금, 국고보조금, 정치후원금 등으로 구성된 정치자금. 이 중에서도 국회의원 및 의원후보자가 모을 수 있는 정치후원금은 정치인 모두에게 뜨거운 감자다. 특히 2004년 정치자금법 개정으로 후원금 기부 및 모금 방식과 규모를 규제하는 제도가 마련된 지 10년이 넘어가면서 현실에 맞는 법 재개정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정치자금 규제로 빈익빈 부익부 심화

2004년 개정 정치자금법의 특징은 주로 고액 기부를 해왔던 법인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를 원천적으로 금지한 것이다. 대신 소액 기부 활성화를 위해 10만원 이하 기부는 전액 세액 공제를 해주고 있다. 국회의원 및 후보자의 모금 한도도 선거가 없는 해에는 3억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낮췄다.

하지만 정치자금 모금에 있어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두드러지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호남 지역구 A 의원은 지난해 연말 행사 다니는 게 주된 일이었다. 동문회부터 지역 모임까지 인사하고 얼굴 도장 찍기 바빴다. 그 덕분인지 선거 있는 해 후원금 1년치 모금 한도인 3억원을 가볍게 채웠다. A 의원은 “지역 유지보다는 정치인들이 별로 안 찾을 것 같은 사람을 찾아가면 그 사람들이 너무 고마워하면서 주변 사람을 소개해주는 식이었다”고 노하우를 귀뜸했다.

반면 같은 당 수도권 지역위원장인 B씨는 현역 의원과의 차별이 너무 답답하다. 어느 때나 정치후원금을 모금할 수 있는 의원들과 달리 총선 예비후보로 등록해야만 선거 90일 전부터 후원금 모금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솔직히 후원회를 조직해도 야당 원외 지역위원장인 나 같은 사람에게 누가 정치후원금을 내겠나. 혹시 봉변이나 당하지 않을까 걱정할 텐데. 친한 사람이나 가족들 아니면 정치신인은 돕지도 않는다. 결국 빚 내서 정치하는 식이다. 지역위원회가 임의기구라 정치자금을 모을 수도 없다 보니 일상적인 정치활동 자체도 어렵게 됐다.”

후원금 쪼개기, 출판기념회 등 편법 모금 활개

정치활동을 위해 돈 쓸 곳은 많지만 한도가 정해져 있다 보니 편법 모금 방식도 등장했다. 대표적인 편법 창구가 출판기념회다. 정치권 관계자는 “일부 의원들의 경우 대필 작가를 동원해 저서를 뚝딱 만들어낸 뒤 지역구민과 상임위 산하기관 관계자들을 불러 출판기념회를 여는 식이었다. 그러면 책값 1만원만 내는 게 아니라 10만원, 100만원을 내고 가도 신고할 의무가 없으니 불법 정치후원금 모금 통로로 변질된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법인이나 단체 명의로 후원금을 내지 못하기 때문에 10만원씩 쪼개기 후원을 했다 논란이 되기도 했다. 18대 국회에서는 청목회 로비로 논란이 일었고, 지난해에는 검찰의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 교명 변경 입법로비 수사 문제로 국회가 시끌시끌했다. 논란이 커지다 보니 정치후원금 기부를 부탁할 때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한 의원실의 경우 연말 후원금 안내 문자에 ‘개인 명의로만 후원이 가능합니다. 회사, 단체 명의 후원은 불가능합니다. 공무원(사립학교 교원)은 후원할 수 없습니다’라고 보내기도 했다.

구설수를 피하기 위해 개인후원금 최대치인 500만원이 들어올 경우 이를 받지 않는 의원도 있다. 새누리당 C 의원실 D 보좌관은 “어떤 의원들은 고액 후원자만 관리한다. 단순 계산으로 500만원씩 30명만 관리해도 1년 한도인 1억5,000만원을 채울 수 있다. 하지만 그게 다 빚이다. 그래서 우리 의원은 아주 친한 친구나 친척이 아니면 고액 후원금은 모두 돌려준다. 꼬리표가 있는 돈이라 보는 거다”라고 설명했다.

정치자금법 개정 필요성 증대

여와 야, 현역 의원과 신인 정치인을 가리지 않고 정치권은 정치자금 문제 때문에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다. 이번 기회에 정치자금법도 현실에 맞게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도 늘고 있다. 새정치연합 E 의원은 “선관위에서는 소액 후원금 기부하라고 캠페인하면서 검찰에서는 대가성 운운하며 후원금을 수사하는 게 말이 되나. 수입 지출 내역을 다 보고하게 돼 있는데 입구를 막는 건 문제다. 선거 완전공영제 등을 실시해야 정치신인도 활동이 가능하고 검은 돈의 유혹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구당이나 중앙당 후원회 부활도 고민할 부분이다. A의원은 “지구당을 합법화하면 당비 1만원을 내는 1,000명의 당원을 모아 매달 1,000만원씩 중앙당에 올려 보내고 다시 지구당에 월 300만원 정도라도 지원해주는 게 가능해진다”며 “그러면 진성당원 모으기도 쉽고 정당 활동도 정상화하지 않겠나”고 반문했다. B 지역위원장은 “정치자금이 들어오는 통로를 투명하게 하고 나가는 통로도 투명하게 해야 정치가 살아난다”고 호소했다. E 의원도 “정치행위의 목적은 지역주민과의 소통인데 음성적으로 할 게 아니고 공개적인 지구당 제도를 장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거비용만 제한적으로 공개하는 시스템을 모든 정치자금의 수입 지출 내역을 공개하는 방향으로 바꾸자는 제안도 나온다. 후원금 기부자의 경우 신원을 조금 더 명확히 하는 대신 불이익을 막아주는 식으로 불투명한 정치자금 기부 행태를 근절하자는 주장이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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