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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태양광 "마지노선 어디" 사색… 항공·해운 "도약 기회" 희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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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태양광 "마지노선 어디" 사색… 항공·해운 "도약 기회" 희색

입력
2015.01.08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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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비 비중 큰 항공·해운업체 수천억 비용 절감 기대 새 청사진

정유업계, 금융위기 때처럼 초긴장 "유가 1달러 하락에 450여억 손실"

국제 유가가 걷잡을 수 없이 급락하자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잇따라 신년 사업계획을 수정하고 있다. 올해 평균 유가가 지난해 말 기업 내부적으로 설정한 예상가보다 훨씬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매출액과 영업이익 등 실적 전망치를 바꿀 필요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유가에 민감한 일부 기업들은 감내할 수 있는 유가 마지노선을 설정하고, 유가 단계별 경영 시나리오도 짜고 있다.

항공ㆍ해운

유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항공업체와 해운업체는 앉아서 돈을 벌고 있다. 항공유 가격이 배럴당 1달러 하락하면 대한항공은 연간 340억원, 아시아나항공은 157억원을 절약할 수 있다. 기업 예상치보다 유가가 10달러 이상 떨어질 경우 산술적으로 유류비만 수천억원 가까이 줄일 수 있게 된다. 유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달하는 저비용 항공사들은 더 반기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올해 유가를 평균 70달러 이상으로 책정하고 경영계획을 세웠는데 다시 짜야 할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수년 동안 침체기를 보낸 해운업계도 예상치 못한 유가급락으로 올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2013년 한진해운의 연료유 매입금액은 1조8,990억원에 달해 매출액의 17%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연료유 매입가격이 1%만 하락해도 70억원 이상이 절감되기 때문에 현재의 저유가 흐름이 이어질 경우 연간 2,000억~4,000억원 비용이 줄어들 것으로 한진해운은 기대하고 있다. 한진해운 측은 유가하락 효과 극대화를 위해 “상대적으로 유가가 저렴한 싱가포르와 로테르담에서 집중적으로 급유를 하고 있으며, 친환경 엔진을 선박에 장착함으로써 연료소모를 줄이고 있다”고 전했다.

섬유ㆍ소재

섬유업계와 소재업계도 유가하락이 원재료 가격 인하로 이어질 여지가 있어 실적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중견 소재업체 관계자는 “화학소재의 재료는 원유정제 후 생성되는 나프타를 분해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유가 인하가 원료비 절감 차원에서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화학섬유의 경우 원자재 가격과 판매가가 연동돼 움직이기 때문에 유가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게 섬유업계의 분석이다.

전자

전자업계는 유가하락에 따른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산유국 경기가 어려워질 경우 해당 국가로의 수출이나 판매가 줄어들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선진국과 석유 수입국들은 유가하락으로 구매력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산유국에서의 매출 감소를 충분히 상쇄할 것으로 조심스럽게 기대하고 있다. 유가하락에 따른 운송비 절감효과도 긍정적인 요소로 꼽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저유가로 글로벌 시장에서 소비심리가 가라앉는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도록 시장 특성에 맞춰 가격을 조정하는 등 적절한 마케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조선ㆍ건설

조선업계는 원유 시추를 위한 해양플랜트 수주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 표정이 밝지 않다. 해양플랜트는 투입지역과 설비종류 등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이하로 떨어지면 채산성 때문에 석유 메이저들이 발주를 줄이는 경향이 있다. 조선업체 관계자는 “유가 하락은 단기적으로는 분명히 부정적 영향이 있지만 메이저들은 장기적인 유가 사이클을 보고 투자하기 때문에 개발 프로젝트는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업체들은 기술개발과 원가절감 노력을 통해 체력을 키우는데 집중하고 있다.

건설업계도 주요 사업지인 중동지역의 경기가 유가급락으로 위축될 가능성이 커지자 올해 해외수주 금액은 지난해보다 크게 낮아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정유

“유가 전망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지난해 10월 이후 올해 사업계획을 짤 때 배럴 당 80달러 정도였는데 지금 반토막이 났으니까요. 사업 계획 다시 짜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 같은 비상 대책(컨티전시 플랜) 짜는 것도 고려 중입니다.”

국내 정유화학업계 대표사 관계자는 8일 곤두박질하는 유가를 보면 “속수무책”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업계의 불황이 벌써 2, 3년 계속되고 있어, 지난해 인력 구조조정까지 실시하며 안간힘을 썼는데도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상황에 또 다른 대형악재가 덮친 것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기름값이 배럴 당 1달러 하락 시 450억~470억원의 재고 손실이 발생한다”며 “지난해 정유 4사의 재고 손실만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화학

원유에서 나오는 나프타(납사)를 주 원료로 하는 화학업계도 막막하기는 마찬가지. 유가가 내려가면 원료 값이 떨어지니 좋은 것 같지만 문제는 제품 가격도 같이 내려가는데다 고객사들 입장에서는 가격이 더 내려갈 것으로 예상하고 제품 구매량을 줄이거나 미루고 있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유가 하락 시 납사를 사서 제품에 적용하는 시차가 있기 때문에 납사를 비싸게 사서 만든 제품을 싸게 팔아야 해 당장 실적악화를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태양광

석유 등 화석연료의 대체 에너지로 꼽혀 온 태양광 분야도 저유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태양광 시장조사업체 PV인사이트에 따르면, 7일 현재 폴리실리콘 가격은 1㎏당 19.20달러로 전주 대비 0.08달러 떨어져 8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2013년 폴리실리콘 가격이 15달러 선까지 폭락하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겪어야 했던 태양광 회사들은 지난해 3월 초 22.6달러까지 가격이 오르자 한숨 돌리는 듯 했지만 유가 하락이라는 복병을 만나 또 한번 위기에 처했다.

폴리실리콘 가격은 평균 제조단가인 25달러는 이미 내림세를 탔고, 지난달 셋째 주에는 20달러선이 무너졌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최근 업체들이 연말 쌓였던 재고를 풀면서 가격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게다가 태양광 시장은 각국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육성 정책에 따른 보조금에 의존하는 정도가 큰데, 저유가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 보조금을 줄이기 때문이다. 태양광 최대 시장인 유럽, 일본은 이미 보조금을 줄였거나 줄일 분위기다. 세계 3위 폴리실리콘 업체인 OCI는 전북 새만금 산업단지 내 폴리실리콘 설비 증설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반면 한화케미칼은 규모의 경제를 통해 원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상반기 내 폴리실리콘 생산 능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이서희기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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