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덤 고프닉 지음ㆍ이용재 옮김
책읽는수요일ㆍ392쪽ㆍ1만8,000원
마르셀 프루스트가 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주인공은 마들렌에 홍차를 곁들여 먹으면서 잃어버린 추억을 되살린다. 가수 윤종신은 팥빙수를 만드는 과정을 가사로 시원한 여름을 노래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맛집 블로거’들이 올려놓은 음식 사진을 보며 언젠가 실현될 아름다운 저녁 식사를 상상한다.
사람에게 무엇인가를 먹는다는 것은 배를 채우기 위한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음식의 맛은 물론 식사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이 이야깃거리가 된다. 먹는 장소, 좋아하는 메뉴, 식사 예절, 심지어 레시피를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즐거워진다.
미국 잡지‘뉴요커’의 전속 필자인 애덤 고프닉은 문화계의 다양한 분야에서 뛰어난 에세이를 써 온 작가다. 문화예술에 조예가 깊은 그의 안목은 음식을 다룬 이 책에서도 드러난다. 그가 보는 음식과 맛은 결코 자연적인 것이 아니라 문화와 역사의 총체다. 책 제목의 ‘식탁’은 음식을 둘러싼 문화 전반과 이를 분석하기 위해 동원되는 담론 모두를 가리킨다. 또 음식을 먹는 장소일 뿐만 아니라 식사와 함께 대화가 이뤄지는 장소기도 하다.
고프닉은 ‘레스토랑 혁명’이 일어난 혁명기 프랑스 파리의 ‘팔레 루아얄’에서 출발해 근대 식문화의 발전상을 되짚는다. 그에 따르면 프랑스는 모든 음식 문화의 시작점이자, 처음으로 음식 판(scene)이 등장한 공간이다. 장 앙텔므 브리야시바랭과 그리모 드 라 레이니에르라는 유명한 음식 평론가의 등장은 미식이라는 쾌락을 정당화했을 뿐만 아니라 고급스런 취미로 만들어냈다.
책은 오늘날 음식 문화 전반의 중요한 주제들을 한 번씩 소개한다. 빠른 속도와 휘발성 높은 맛을 추구하는 패스트푸드에 대한 반발로 나타난 것이 슬로푸드다. 자연 그대로의 식사와 건강을 강조하는 음식을 만들고 먹자는 것이다. 고도로 분업화된 시장의 음식을 거부하고 지역에서 음식을 찾자는 움직임은 지역주의(로컬푸드) 운동의 배경이다. 또 육식의 비윤리성을 지적하며 채식주의 운동가들도 등장했다. 미국의 변호사 출신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와 와인의 원산지인 프랑스 양조업자들 사이 벌어진 와인 담론 경쟁 이야기도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고프닉은 “취향은 논쟁거리가 아니다”란 구절을 인용하며 다양한 담론의 의미를 긍정한다. 그러면서 음식 담론은 역사의 산물이고 취향도 끊임없이 변화한다고 주장한다.
고프닉은 1890년대에 활동한 영국의 요리책 저술가 엘리자베스 페넬을 자신의 영혼의 파트너로 선택하고 장과 장 사이 그에게 쓰는 편지를 넣었다. 마지막 편지는 이런 내용이다. “맛은 시간에 의해 형태를 얻는 허구입니다.” 그러나 고프닉은 이 허구의 즐거움이 오히려 삶을 실감할 수 있게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의 원제대로, 다른 어떤 것보다 “식탁이 제일 중요하다(The table comes first).” 인현우기자 inhyw@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