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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 젊은 변호사들, 기득권에 곱잖은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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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 젊은 변호사들, 기득권에 곱잖은 시선

입력
2015.01.1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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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 허덕허덕 변호사 2만명 시대 수입건수↓

사회적 이슈에 목소리 높여, 변협집행부 민변 출신 등 늘어

9일 한 로스쿨 학생이 제4회 변호사시험이 치러진 서울 명륜동 성균관대 시험장 계단을 오르고 있다. 홍인기기자 hongik@hk.co.kr
9일 한 로스쿨 학생이 제4회 변호사시험이 치러진 서울 명륜동 성균관대 시험장 계단을 오르고 있다. 홍인기기자 hongik@hk.co.kr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2기 출신인 박모(40) 변호사는 재작년 2월 서울 소재 로스쿨을 상위 10% 이내에 드는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하지만 검찰ㆍ법원에서 대형로펌, 소규모 법률사무소까지 어느 곳에도 자리를 얻지 못했다. 사법연수원 출신에 비해 실무능력이 부족해 월급만 축낼 것이라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월 150만원 주겠다는 곳도 있었다”며 “1억원이 넘는 학비를 내며 로스쿨을 졸업한 것을 생각하면 차마 그런 홀대를 받을 순 없었다”고 말했다. 1년을 기다려 지난해 한 공기업 변호사 우대 채용직에 합격했지만 신입사원 대우였다. 박 변호사는 “변호사 배출 숫자를 줄여야 하고 변호사 단체들도 기성 변호사가 아닌 청년 변호사들의 생각과 현실을 담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등록 변호사 2만명 시대가 개막한 변호사 업계의 변화는 청년 변호사들, 배고픈 변호사들이 주도하고 있다. 기존의 변호사들과 다른 생각, 적은 기득권을 가진 이들이다. 이들은 변호사를 대표하는 단체들에 진출, 사회이슈는 물론 ▦전관예우 타파 ▦기업소송 건수제한 등 법조계 내부개혁의 진보적 목소리를 주도하고 있다.

변협, 첫 직선제 회장 선출 이후 집행부 다양화

12일로 예정된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선거에 나선 후보 4명의 공통된 공약은 변호사 수 제한이다. 모두들 변호사 업계 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생존권 사수 차원의 공약이라고 설명한다. 물론 선발인원 1,000명 제한, 인가조건을 지키지 않는 로스쿨의 퇴출, 신규 변호사 20% 축소 등의 공약은 젊은 변호사들 표심을 얻기 위한 것이다. 변호업계에 따르면, 현재 1만8,600명 수준인 법조인이 2050년에 8만명으로 늘어난다. 사건은 31만건에서 약 49만건으로 증가, 1인당 연간 수임건수가 20건에서 5.9건으로 떨어지게 된다. 현재 수임건수를 유지하려면 연간 신규 변호사는 500~600명이 적절하다는 계산이 나오지만, 현실은 그보다 3배 많은 1,500명이 매년 법률시장에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이처럼 덜 가진 청년 변호사들의 지지가 필요한 변협의 새 집행부가 어떤 길을 걸을지는 충분히 예견되고 있다.

2년 전 첫 직선제 선거에서 젊은 변호사들의 지지를 받아 당선된 현재 위철환 회장 집행부는 어느 때보다 정부와 거리를 두고 진보적 목소리를 자주 냈다. 진보적 색채가 강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우리법연구회 소속인 민경한, 박상훈 변호사가 집행부의 요직인 인권이사와 법제이사에 오른 것도 큰 변화였다. 보수적 입장을 대변해온 북한인권소위원장 자리도 민변 출신의 이석범 변호사에게 돌아갔다. 이재원 전 북한인권소위원장은 “변협 집행부는 법조계에서 중심축 역할을 했던 보수성향의 인물이 맡아 왔으나 위 회장 당선 이후 진보 인사들과 뒤섞여 꾸려졌다”며 “정치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균형추를 한쪽으로 몰다 보니 자연스레 진보적 성향으로 바뀌었다”고 평가했다.

변협은 급기야 세월호 사태를 계기로 진보 논란에 휘말리게 됐다. 세월호 피해자들의 법률대리인 역할을 맡으며 특별법 제정에 참여했고, 공식성명을 통해 ‘세월호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을 부여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회장선거 과정의 구조적인 문제로 집행부가 정치 편향화되고 그 집행부가 전체 조직을 대표해 입장을 나타내는 것은 정치적 중립이 요구되는 변협의 위치로 볼 때 지극히 우려스런 사태”라고 했다. 노영희 변협 수석대변인은 “집행부가 진보화된 것은 아니며 다양한 회원들로 구성되다 보니 한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구조로 바뀌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변협, 배고픈 변호사가 주도하나

변협의 진보화 또는 좌클릭은 역시 다른 ‘사’자 직업군처럼 회원수 확대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변호사 1만명 시대를 넘어선 지 8년만인 지난해 9월 등록 변호사가 2만명을 돌파했다. 그러나 교육부에 따르면, 25개 로스쿨 2기 졸업생(2010년 입학) 중 3명 중 1명은 취업을 하지 못했고, 이마저 법조인으로 취업한 경우는 42%에 불과했다. 취업 걱정을 하지 않던 기성 변호사 집단과 처지가 다른 젊은 변호사들의 불만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보수 성향의 한 전관출신 변호사는 “이들 일부는 불만을 사회, 기득권층으로 돌리고 변화 개혁이란 사명감으로 일하려 한다”고 말했다. 점차 법조인의 다수를 생각이 다양한 이들이 차지하면서, 주요 현안에 대한 의견도 결집되지 못하고 있다. 변호사들이 각자 자기 이해를 추구할 경우 ‘배고픈 변호사가 굶주린 사자보다 무섭다’는 서양 속담처럼 사회적 비용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신현윤 연세대 부총장은 “시장포화 상태에서 변호사들이 이익추구를 생각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법원의 숙원사업인 상고법원 신설을 놓고 의견이 갈리는 게 대표적이다. 변협은 대법관 수를 늘려 해결하자는 보편적인 의견을 공식입장으로 내세운 반면 청년 변호사들이 주축인 서울변호사회는 “사건 수임이 많아질 수 있다”며 상고법원 설립을 지지하고 있다. 변협 회원의 70%가 서울변회 소속인 만큼 변협도 앞으로는 서울변회처럼 이익집단 위주의 성향으로 바뀔 수 있다는 의미다.

공공성 시험대에 오르나

학자들은 과도기적 현상이라고 하면서도 변협의 과잉 정치화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변협이 변호사의 등록ㆍ윤리관리, 권익보호 등을 위한 이익단체이기 이전에 공공성이 중시되는 단체이기 때문이다. 변협 의견은 대부분의 변호사 입장으로 받아들여 국민여론을 형성할 만큼 막강하다. 실제로도 변협의 법률적 권한은 검찰총장후보추천, 대법관후보추천, 선거방송심의 등 22개에 달한다. 공정ㆍ객관적인 입장에서 공익 대변자적 역할을 해달라는 전제로 부여된 권한이다. 정형근 경희대 법대 교수는 “앞으로 좀더 지켜봐야겠지만 공익성의심을 받는 정치적 판단을 한다면 스스로의 역할을 이익단체로 제한하는 것”이라며 “생존을 위한 이해관계자 역할보다는 사회 평형수로서 균형성과 공정성을 놓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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