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연쇄 테러 이후 드레스덴 등 독일 동부에서 반이슬람 시위가 확산되고 네덜란드에서는 인종차별주의 색채가 농후한 극우정당 지지율이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보수 TV에서는 뉴스 진행자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을 죽이라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고 있다.
네덜란드 언론 데 혼트가 지난 1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슬람과 이민, 유럽연합(EU)에 반대하는 극우정당인 자유당 헤이르트 빌더스 당수의 지지도가 1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로이터통신이 12일 보도했다.
이 조사에서 자유당은 당장 총선을 치를 경우 150석 전체의석 중 31석을 차지할 것으로 나타나 지난 총선 의석보다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반면 현재 79석을 보유한 집권 중도우파 자유민주국민당과 연정에 참여하고 있는 노동당의 의석수는 각각 28석 정도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빌더스는 이슬람 경전인 코란을 나치 독일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의 자서전 ‘나의 투쟁’에 비교하고 이슬람을 파시스트 종교라고 부르는 등 반이슬람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던 인물이다. 빌더스는 샤를리 에브도 테러 이후에도 서방은 이슬람과 “전쟁 중”이라며 이슬람에 대한 강경조치를 촉구했다. 빌더스는 공공연히 이슬람 국가로부터 이민을 완전히 금지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12일 드레스덴에서 ‘서양의 이슬람화를 반대하는 애국적 유럽인들’(PEGIDA) 월요시위에 2만5,000여명이 참가했다. 지난해 10월부터 매주 열리고 있는 이 시위 참가자는 파리 테러 이후 7,000여명이 늘었다. 대부분 50대 이상 남성인 참가자들은 검은색 옷을 입고 나와 독일 국기와 이민자에 반대하는 손팻말을 흔들었다.
미국 보수매체인 폭스뉴스의 지난 9일 방송에서는 여성진행자 저닌 피로가 이슬람 극단주의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들을 죽여야 한다”고 말했다고 인터넷매체 복스가 전했다. 그는 “우리가 할 일은 이런 대량살인을 수행할 다른 무슬림들을 무장시키는 것”이라며 그 좋은 예로 이집트를 들었다. 아랍의 봄 이후 들어선 이슬람 정권을 무너뜨린 압델 파타 엘시시의 강경 정책이 이집트를 이슬람 급진주의로부터 해방시켰다는 것이다.
이같은 반이슬람 정서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드레스덴 시위 전에 “이슬람도 독일의 일부”라는 크리스티안 불프 전 대통령의 말을 언급하면서 “무슬림 스스로 파리 테러 같은 폭력을 거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페기다 시위 현장 인근에서도 반대시위가 열려 참석자 7,000명이 “페기다는 인종차별주의자” “독일은 당신들이 부끄럽다” 같은 구호로 맞섰다.
영국 더타임스는 13일 유럽 전역에서 확산되는 반이민ㆍ반이슬람 정서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선동가들이 주도하는 이런 시위를 악마시하지 말고 건전한 논쟁과 정책을 통해 이들의 마음을 돌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독일이 긴축 대신 양적완화를 지지하면 남부 유럽에서 더 많은 일자리가 창출돼 이민 근절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진정시킬 것이며, 영국이 시리아 난민을 수용할 경우 독일측의 부담을 덜어줄 것이라고 제안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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