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남성들은 부담감 호소
랜선맘은 있는데 랜선대디는 왜 없는 걸까. 남성과 여성의 차이? 아니면 부성애와 모성애의 차이일까.
2030 남성들은 육아 예능프로그램이 부성애를 자극하기 보다는 부담으로 다가온다고 입을 모았다. 오히려 빵빵한 경제력에 육아까지 분담하는 TV속 남편상에 대한 여자들의 기준만 높아지는 게 아니냐는 짜증 섞인 원성도 들려온다.
이창환(30ㆍ대학원생)씨는 “방송을 보고 있으면 ‘아빠들은 힘들겠다’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고 말했다. 이씨는 “그들은 연예인이라 일하는 시간도 길지 않고 아이들을 돌봐주는 사람도 있을 텐데, 어찌 보면 육아가 미화됐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매일 캠핑을 가고 해외 여행을 가는 생활이 이씨에게는 불가능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조민승(27ㆍ회계사ㆍ가명)씨는 삼둥이에 열광하는 여자 친구를 이해하기 힘들다고 고백했다. 조씨는“귀여워하는 심정은 알겠다”면서도 “하지만 내가 키우기는 싫고 보기만 하겠다는 심리 아닌가. 현실 도피처럼 보이기도 한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또 조씨는 “랜선맘들은 실제로 아이를 키워보지 않았기 때문에 쉽게 환상을 갖는 것 같다. 하지만 결혼은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한 마디로 군대 안 갔다 온 사람이 군대에 대한 환상을 갖는 거나 마찬가지란 얘기다.
현실이 고된 청춘들에게는 사랑스러운 아기보다는 다른 것들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정일환(27ㆍ취업준비생)씨는 “아기들을 보면 귀엽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문득 내 앞에 닥친 문제가 떠오른다”고 털어놨다. 이어 정씨는 “그러다가 그 아기들을 보고 있으면 ‘팔자가 좋다’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며 “나는 결국 저렇게 좋고 비싼 옷은 해 입히지 못하는 ‘못난 아빠’가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국민스타로 떠오른 추사랑(4) 편집본만 따로 챙겨본다는 임현욱(29ㆍ회사원ㆍ가명)씨는 “사랑이 같은 딸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면서도 “현실이 뒷받침이 안 된다”고 말한다. 이제 직장인 3년 차인 임씨는 “아이를 낳으려면 결혼을 해야 되고, 결혼을 하려면 결혼 자금이 필요해서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난 이제야 학자금을 다 갚았다”며 고개를 떨궜다. 결혼, 출산, 육아로 이어지는 단계를 막는 것은 임씨에게 결국 여유를 꿈꿀 수 없는 현재의 삶이었다.
이현주기자 memor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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