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에 컨소시엄 구성 검토 의뢰, 제2금융권 등과 제휴 진출 채비
정부 "기존 금산분리 제한 규정 예외적으로 완화 방안 적극 검토"
국내 최대 인터넷 기업인 네이버가 인터넷전문은행(이하 인터넷은행)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네이버가 온라인 영역의 막대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은행업에 뛰어들 경우, 기존 금융권 판도에 일대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관련기사 3면
14일 IT업계와 금융권,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네이버는 최근 인터넷은행 설립을 위해 사전 준비작업으로 투자은행(IB)에 공동 투자자 모집을 위한 컨소시엄 구성 검토를 의뢰한 것으로 확인됐다.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4% 이상 소유를 금지하고 있는 현행 금산분리 제도 하에서 네이버 단독으로 인터넷은행의 대주주가 될 수 없다는 점을 감안, 우선 지분을 분산한 형태로 뛰어들 준비를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의 구체적인 인터넷은행 도입방안이 아직 나오기 전이지만 은행 설립을 염두에 두고 다양한 시나리오를 미리 대비하는 차원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 막 검토 작업에 착수한 단계이지만, 컨소시엄을 구성한다면 2금융권 등 기존 금융사와 손을 잡을 공산이 커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네이버가 금융 쪽에 전혀 기반과 경험이 없기 때문에 금융사와 공동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진입하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네이버가 인터넷은행을 통해 금융업에 뛰어들 경우, 금융권은 일대 지각변동을 맞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하루 평균 이용자 1,600만명, 회원수 3,700만명(작년 5월 기준)에 달할 만큼 사실상 전 국민이 이용하는 포털의 힘을 이용해 단숨에 고객망을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주부터 인터넷은행 도입방안 마련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한 정부도 네이버의 이 같은 움직임을 적극 반기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현행 금산분리 제도에서는 네이버의 인터넷은행 진입이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인터넷은행에는 기존 금산분리의 엄격한 제한을 예외적으로 낮춰주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비금융자본의 은행 지분소유 제한을 20% 이상으로 높인 이웃 일본 등의 사례를 적극 참고하겠다는 의미다. 네이버 같은 비금융사의 인터넷은행 소유지분 허용범위가 높아지면 공동 투자자를 모집해 지분이 분산 되더라도 이들이 주도적으로 은행을 운영할 여지가 커지게 된다.
정부는 또 올해 말로 예상되는 1차 인터넷은행 인가 대상에서 기존 은행들은 가급적 배제할 방침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IT기업 등 새로운 영역의 업체들이 먼저 시장을 선점하도록 하는 것이 인터넷은행 도입 취지에 맞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네이버와 달리 금융자본으로 분류돼 금산분리 제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금융권에서도 인터넷은행 대비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증권, 보험, 카드, 저축은행 등 다수 업체가 이미 인터넷은행 진출 의사를 밝혔거나 준비 중이다. 키움증권과 SBI저축은행은 이미 최고경영자가 공개적인 진출 의지를 밝힌 상태다. 손해보헙업계 1위 삼성화재도 내부적으로 진출의 실익을 검토 중이고 다수 카드사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TF 논의를 토대로 3월말 공개 세미나를 거쳐 5,6월쯤 정부안을 확정한 뒤, 하반기 국회에 관련 법을 제출할 계획이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인터넷전문은행이란
점포 없이 인터넷과 콜센터 등만을 통해 예금ㆍ대출 등 업무를 하는 은행이다. 저비용 영업 구조로 금리ㆍ수수료 등에서 기존 은행보다 우위를 가질 수 있다. 미국ㆍ유럽ㆍ일본 등에선 1990년대부터 인터넷은행이 다수 등장해 성업 중이지만 국내에서는 금산분리 등의 벽에 막혀 도입이 수차례 무산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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