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파동 이후 보는 시선 싸늘… 언론플레이·말 바꾸기 의혹 구설
'박근혜 키드'로 불리는 이준석씨는 한 동안 여권 개혁의 아이콘이었다. 하지만 ‘수첩 파동’ 와중에 낡은 정치를 따라 하는 듯한 모습이 부각되면서 스스로 혁신을 입에 올리기도 민망한 처지가 됐다.
이씨는 "청와대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유승민 의원을 정윤회문건의 배후로 본다는 말을 음종환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에게 들었다"고 김 대표에게 전해 여권을 발칵 뒤집었다. 이후 이씨는 언론을 앞세워 음 전 행정관과 진실공방을 벌였고 말 바꾸기 의혹에도 휩싸였다.
박 대통령은 참패가 예상된 2012년 19대 총선을 앞두고 이씨를 당 비상대책위원으로 깜짝 영입해 이미지 쇄신에 성공했다. 국회의원실 대학생 인턴으로 몇 달 근무한 것 이외엔 별다른 정치 경험이 없던 26세의 이씨를 당 간판으로 내세운 것 자체가 파격이었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에도 이씨는 줄곧 정치권 주변을 맴돌았고 젊은 시각으로 청와대와 여당을 당돌하게 비판하면서 방송가에서도 주가가 높았다.
하지만 이번 사태 이후 이씨를 향한 여권의 시선은 순식간에 싸늘해졌다. 여권에선 "이번 사태를 일으킨 이씨의 당돌함이 도를 넘었다"는 쓴 소리가 나왔다. 친박계 초선 의원은 16일 "이씨가 김 대표와 유 의원이 열 명에 가까운 국회의원들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음 전 행정관의 얘기를 전한 것부터 경솔했다"면서 "의도가 무엇이었는지 몰라도 소문을 일부러 퍼뜨리려 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이씨의 한 마디가 일파만파 커지면서 당ㆍ청 갈등의 민낯이 드러났고, 그를 발탁한 박 대통령에도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겼다.
이씨는 본지 통화에서 "여당 대표에 대해 이런저런 말이 도는 것이 걱정돼 김 대표를 만나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며 "고자질이라는 얘기를 들을 수도 있겠지만, 밀실이 아닌 공개된 자리에서 얘기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자신의 처신 관련 논란이 계속되자 그는 "여러 가지 일로 많은 분들에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하는 글을 올렸다.
이와 함께 고장난 청와대 시스템과 일부 참모들의 기강 해이도 도마에 올랐다. 음 전 행정관이 술을 마시고 이씨를 만나 정윤회문건을 화제로 올리고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을 비판하는 등 민감한 발언을 한 것은 부적절한 처신이었다는 지적이 무성하다. 여권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책임과 권한을 주는 데 소극적이라 소수의 참모들에게 과도한 힘이 쏠렸고, 일부 인사들이 종종 선을 넘는 행동을 하고 있다"며 "박 대통령을 대신해 이 같은 상황을 관리할 인사가 없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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