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화랑유원지 분향소 옆 가게들 손님 발길 끊기고 매출 절반 아래로
인건비 고사하고 임대료도 못맞춰, 특별법 보상 대상에도 포함 안돼
18일 오후 세월호 희생자 정부합동분향소가 마련된 경기 안산 화랑유원지의 한 매점. 한참 손님들을 맞을 시간이지만 매점 문은 굳게 잠겨있었다. 매점 안은 문을 닫은 지 몇 달이 된 듯 바닥에 먼지가 가득했고 과자와 라면 몇 개만이 덩그러니 진열대에 놓여있었다. 매점 출입문과 유리창에는 ‘매점을 도와 주세요’라는 문구와 함께 호소문이 건물 이곳 저곳에 붙어있었다. 하지만 매점이 합동분향소 바로 옆에 있어 이 호소문을 읽어줄 행인들마저 찾아볼 수 없었다.
화랑유원지 2호 매점 업주 황준일(47)씨는 매점을 닫아야만 했던 사연을 털어놨다. 세월호 사고 후 시간이 지나면서 황씨는 금전적인 압박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정부합동분향소가 매점 바로 옆에 마련되면서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어졌기 때문이다. 올해 매점 매출은 카드매출 전표를 바탕으로 보더라도 전년도에 비해 60% 이상 떨어졌다. “힘들 때마다 ‘조금 지나면 나아지겠지’ 아니면 ‘우리 피해 부분에 대해 정부에서 최소한의 보상은 해주겠지’ 하는 마음으로 버텼어요. 자식 잃은 부모들이 매일 눈물로 보내는 것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데 거기서 다른 마음을 가질 수는 없잖아요.”
그렇게 어렵게 7개월을 버티다 결국 11월 황씨는 매점 문을 닫아야만 했다. 몇 달 동안 물건 값도 제대로 치르지 못한 상태에서 더 이상 물건을 들여올 수 없었다. 매점 1년치 임대료 5,300만원도 안산시에 내야 하지만 그럴 여력이 없어 남은 2년의 계약기간에도 매점을 운영할 수 있을지 자신할 수 없다고 황씨는 설명했다.
황씨는 “아내는 7월부터 새벽에 식당일을 나가고 초등학생 두 딸은 학원을 모두 끊었다. 5월부터 아파트 관리비도 밀려있다”면서 “이 매점 사업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모든 것을 걸었는데 이제 어떻게 해야 할 지 막막하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화랑유원지 내 다른 상인들의 사정도 황씨와 비슷하다. 화랑 유원지 내에는 3곳의 매점과 식당, 카페 등 5곳의 상점이 운영되고 있지만 이들 모두 세월호 희생자 정부합동분향소가 들어온 후 전년대비 50% 이상 매출이 감소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호수와 캠핑장이 있는 화랑유원지에는 나들이객이 많아 매점 임대료도 1년에 5,000만~7,000만원 정도로 다른 곳에 비해 비싼 편이다. 그런데 정부합동분향소가 4월말 화랑유원지에 들어서면서 영업에 직격탄을 맞았다.
카페를 운영하는 유정강(41)씨는 “조문객들 때문에 매상이 오르지 않았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던데 사실과 다르다”면서 “인건비는 고사하고 임대료도 맞추지 못할 정도의 수입이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들은 피해 정도가 심했기 때문에 세월호 배ㆍ보상 특별법에 화랑유원지 내 상인들에 대한 보상도 당연히 포함될 것이라 기대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이들의 요구 조건은 소박하기까지 하다. 국가적인 재난 사태로 인한 분향소 설치로 사실상 1년 장사를 망쳤기 때문에 안산시에 내야 할 임대료를 낮춰주고 계약기간을 연장해 달라는 것뿐이다.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김성철(46)씨는 “세월호 피해자들의 아픔이 어떤지 옆에서 계속 지켜봐 누구보다 잘 아는데 그들을 이용해 한몫 잡으려고 한다면 천벌을 받아야죠”라며 “저희도 피해가 너무도 크기에 살아갈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해달라는 것일 뿐이다”고 호소했다.
글ㆍ사진=김기중기자 k2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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