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선자인 판사 숙부 구치소로 불러 "소개한 적 없다고 다시 얘기하라"
숙부 알선 대가 받은 정황 포착, 崔 마약수사 때도 위증교사 전력
‘명동 사채왕’ 최모(61ㆍ수감 중)씨가 최민호(43) 수원지법 판사에게 수억원을 건넨 사실을 감추기 위해 최 판사를 소개해 준 인물한테 진술 번복을 강요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인물인 최 판사의 작은 아버지 A씨가 별도의 금품을 받은 단서도 검찰에 포착됐다. 검찰은 이러한 정황들을 확인하고 A씨에 대해서도 사법처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20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2008년 인천지검 부천지청에서 마약 사건과 변호사법 위반 등 혐의로 수사를 받던 최씨는 ‘수사 무마’를 위해 노력하던 중 지인의 소개로 A씨를 알게 됐다. “내 조카가 검사”라는 A씨의 말을 들은 최씨는 A씨의 환심을 사기 위해 정성을 쏟았다고 한다. 최씨의 전 내연녀는 “A씨에게 (최 판사 알선 대가로) 적게는 수백만원, 많게는 1,000만원씩 돈을 건넸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A씨가 최 판사를 소개한 후 최씨의 ‘금품 공세’는 최 판사에게 집중됐다. “전세 자금이 필요하다”고 하자 선뜻 3억원을 건넸고, 이후에도 수 차례에 걸쳐 용돈과 주식투자 등의 명목으로 수억원을 전달했다. 최 판사가 받은 금품 규모는 검찰 수사로 확인된 것만 5억6,000만원에 달하며, 이 중 범죄혐의가 입증돼 구속영장에 적시된 금액은 2억6,400여만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와 최 판사 간 ‘검은 거래’의 연결고리에 A씨가 있었던 셈이다.
지난해 4월 이 사건 수사가 시작된 이후 A씨는 검찰 소환조사에서 “최씨 부탁을 받고 내가 조카를 소개해 줬다”고 진술했다. 이를 구치소에서 전해들은 최씨는 A씨에게 면회를 오라고 해 “그런 말을 해 버리면 어떡하냐. 지난번의 진술은 사실이 아니라고 검찰에 다시 얘기하라”고 강요했고, A씨는 종전 진술을 번복한 ‘허위 사실확인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사실상 최씨의 지시를 그대로 따른 것이다. 검찰은 최씨의 구치소 접견 녹취록 분석을 통해 이를 확인했으며, A씨에 대해서도 피의자(알선수재 혐의) 신분으로 입건해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법 시스템을 농락한 최씨의 이 같은 행각은 또 있다. 2008년 부천지청 사건과 관련해 최씨는 결국 무죄를 선고 받았는데, 이는 재판과정에서 허위 증언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최씨는 타인의 옷에 마약을 넣어두는 수법으로 마약을 소지ㆍ수수한 혐의와 관련, “나한테서 그런 부탁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증언해 달라”고 전모씨에게 요구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위증교사 혐의로 기소됐다.
자신과 적대적인 인물을 처벌받게 하려는 목적으로 허위진술을 강요한 적도 있다. 2010년 도박장에서 패를 돌리던 방모씨에게 그는 “유모씨가 마대자루로 누군가를 수 차례 때리는 것을 목격했다고 경찰에서 허위 진술해라. 그렇지 않으면 도박장 출입을 신고해 구속시키겠다”고 위협했다. 방씨의 허위진술에도 불구, 유씨가 구속되지 않자 최씨는 다음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해 유씨의 구속을 재차 시도하기도 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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