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정산에 대한 직장인의 분노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13월의 세금폭탄'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시민단체는 반대 서명운동까지 벌이기로 했다.
올해 연말정산의 문제점이 무엇이고 왜 이런 사태가 빚어졌는지 등을 문답풀이 형식으로 정리했다.
-- 이번 연말정산으로 월급쟁이의 세부담이 증가하는 것인가.
▲ 일률적으로 얘기하기는 어렵다. 정부는 총급여 5,500만원 이하는 평균 세부담이 늘지 않고 5,500만∼7,000만원은 평균 2만∼3만원 증가한다고 얘기한다. 7,000만원 이상 근로자의 세부담 증가는 큰 편이다.
그러나 개인별로 차이가 크기 때문에 총급여 5,500만원 이하인 근로자 중에서도 세부담이 증가하는 경우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실제로 연말정산을 해본 결과 정부가 발표한 수치보다 세금 부담이 훨씬 많은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많이 걷고 많이 돌려주는' 방식에서 '적게 걷고 적게 돌려주는' 방식으로 원천징수가 바뀐 데 따라 납세자가 체감하는 세금 증가폭은 더 큰 편이다.
-- 가족 구성에 따라서도 세부담이 달라지나.
▲ 그렇다. 출생공제와 다자녀 추가공제가 폐지된 대신 자녀세액공제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4,000만원 이하 근로자는 자녀장려세제가 적용돼 자녀 1명당 30만∼50만원을 받는다. 그러나 4,000만원 이상 근로자는 세부담이 늘 수 있다.
예를 들어 보면, 연봉이 5,500만원이고 자녀가 세 명인 근로자는 지난해 연말정산시 자녀공제와 다자녀 추가공제를 합친 600만원에 15%를 곱한 90만원을 돌려받았다. 하지만 올해는 제도 변경으로 50만원만 돌려받는다.
-- '적게 걷고 적게 돌려주는' 방식으로 변경했다는데, 그게 무슨 말인가.
▲ 2012년 9월 원천징수를 위한 간이세액표가 개정됐다. '많이 걷고 많이 돌려주던' 방식에서 '적게 걷고 적게 돌려주는' 방식으로 변경된 것이다.
예를 들어 한 근로자가 1년간 내야 되는 소득세가 120만원일 경우 한 달에 내야 하는 소득세는 10만원이지만 그전까지는 11만원을 원천 징수하는 식이었다. 호봉상승, 성과급 등에 따라 소득세가 120만원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후 연말정산을 통해 더 징수된 세금이 있으면 이를 돌려준다. 이 경우에는 12만원(1만원X12개월)을 근로자에게 돌려준다.
간이세액표 개정 뒤에는 월 11만원이 아니라 월 10만5천원을 원천 징수하는 식이었다. 이에 따라 같은 상황에서 연말정산을 통해 근로자가 돌려받는 돈은 6만원(5,000원X12개월)으로 줄게 된다.
-- 소득공제를 세액공제 방식으로 전환한 이유는 무엇인가.
▲ 소득공제는 소득에서 일정액을 빼주는 방식이지만, 세액공제는 투자금액 등의 일정비율을 납부할 세액에서 빼주는 개념이다. 세액공제를 적용하면 상대적 고소득층일수록 환급받는 세금이 줄게 된다. 고소득 근로자의 세부담을 늘리고 저소득 근로자의 세부담을 줄이기 위해 세액공제 방식으로 바꾼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도 방향 자체는 틀리지 않다고 얘기한다.
-- 세액공제율을 높여야 한다는 얘기도 있던데.
▲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현재 15% 수준인 교육비와 의료비의 공제율을 어느 정도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교육비·의료비를 포함해 현재 15%인 세액공제율을 5%포인트 올려 20%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세법 개정안을 당 차원에서 발의하겠다는 입장이다.
기재부는 노후대비와 관련해 현행 연금저축·퇴직연금 등의 세액공제율 12%를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세수결손이 심각한 상황에서 여론만을 의식해 국민에게 돌려주는 세금을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들도 많다.
-- 여야가 정부안을 심의해 통과시켜놓고 정부를 비난하는 이유는
▲여야는 연말정산 논란이 불거지면서 정치권으로 '성난 민심'이 옮겨붙으려 하자 '니탓 내탓'의 책임공방을 벌이기 시작했다. 여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세인 상황에서 중산층의 피부에 와닿는 연말정산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자구책 마련에 나서면서 정부에 책임의 화살을 돌리려 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정부 여당뿐만 아니라 결국 세법 개정안에 대해 합의를 해준 야당도 비판 여론을 피해가지는 못하고 있다.
--납세자들이 화가 난 이유는
▲지난해 세법 개정으로 연말정산에 의한 '13월의 보너스' 봉투는 얇아지리라는 사실이 예고된 바 있다. 하지만 바뀐 세법에 대해 대국민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은 가운데 환급액이 대폭 줄거나 토해내는 경우까지 줄을 잇자 납세자의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이번 연말정산 파동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유다.
여기에 '유리알 지갑'으로 불리는 월급쟁이들이 꾸준히 제기해온 형평성 문제도 자리잡고 있다. 세원이 잘 노출되지 않는 고소득 자영업자 등 영역과의 형평성 문제는 월급쟁이들이 느끼는 큰 불만 중 하나다.
-- 이번 혼란에 대한 정부와 국회의 대응은 무엇인가.
▲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세부담이 적정화되도록 공제 항목과 수준을 조정하겠다. 자녀수와 노후대비 등을 감안한 세제개편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21일 오후 연말정산 대책 마련을 위한 긴급 당정협의를 갖는다. 여당은 연말정산 보완책의 소급적용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 보완책이 나온 이유는 무엇인가
▲ 결국은 '성난 민심' 때문이다. 정부가 소득공제의 세액공제 변환에 따라 당초 발표한 수치보다 더 많은 세 부담 증가 사례가 나타났을 수 있음을 인정한 것이기도 하다. 정부는 특히 자녀 관련 소득공제의 세액공제 변환으로 혜택을 덜 받게 된 가정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관련 내용을 손 볼 예정이다. 연금 공제 확대 등 노후 대비에도 유리한 방향으로 보완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세법을 다시 고친다고 해도 지난해 소득 귀속분에는 적용이 어려운 상태라 형평성 차원에서 문제 제기가 있을 수 있다. 2014년 자녀 출생 가정 등은 정부의 '오락가락' 세법에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게 됐다고 느낄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여당은 보완책을 마련해 소급 적용까지 검토하자는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 보완책 소급 적용이 법적으로 가능한가
▲구체적인 법 해석 절차를 거쳐야 하겠지만,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국세기본법에 소급 과세 금지 원칙이 있어 기본적으로는 안 되지만, 법리적으로 납세자에게 유리하면 소급 입법이 가능할 수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말부터 공식적으로 시행된 월세액 세액공제 혜택 등의 경우 2014년 1월 지출분부터 소급 적용해주는 규정을 두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연말정산과 관련해서는 세법을 개정해 당장 연내 시행한다 해도 소급이 올해 1월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내년 1월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식의 소급 적용은 전례가 없다. 이미 올해 연말정산이 끝나고 환급과 추가 납부 등이 완료된 상황에서 다시 계산해 돌려주거나 걷는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해 현실적으로도 어렵다는 의견들이 있다.
-- 소급 적용시 부작용은 없나
▲전문가들은 소급 적용을 하면 나쁜 선례를 남겨 법적 안정성을 해칠 수 있는 만큼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법을 한 번 고친 뒤 시간을 두고 검토해 문제점이 있어 고치는 경우라면 몰라도 문제점이 드러날 때마다 땜질 처방을 해 소급적용을 하다 보면 법을 경시하는 분위기가 생겨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소급 적용을 통해 혜택을 받는 사람뿐 아니라 오히려 손해를 보는 사람도 생겨날 가능성을 완벽하게 차단하기는 어렵다. 한 명이라도 불리한 사례가 나오면 법률적 문제를 제기해 위헌 소송까지 비화할 여지도 있는 것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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