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공제대상 확대 등 보완… 초유의 연말정산 소급 적용
여론에 휘둘려 법 즉석 개정, 법정 안정성 훼손 논란 클 듯
연말정산을 소급 적용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게 됐다. 정부와 새누리당이 ‘13월의 세금폭탄’ 논란으로 점점 더 악화하는 민심을 진정시키기 위해 보완 입법을 통해 작년 소득분까지 소급 적용해 과다 납부한 세금을 돌려주겠다는 극약처방을 내놓은 것이다. 다자녀 가정, 고령자, 그리고 독신자 등 일부 저소득층의 세부담 증가 등 부작용에 대한 정교한 분석과 충분한 의견 수렴 절차 없이 세법 개정을 밀어붙인 데 따른 엄청난 후폭풍이다. 잘못 꿴 첫 단추가 결국 금기(禁忌)까지 깨뜨린 셈이다. 법 질서를 허무는 나쁜 선례를 남기게 됐을 뿐 아니라, 향후 소급 적용 과정에서도 만만찮은 혼란과 파장이 우려된다. ★관련기사 2ㆍ3면
당정은 21일 오후 국회에서 당정 협의를 갖고 자녀세액공제를 확대하고 출생ㆍ입양 세액공제를 신설하는 등 5개 항목의 연말정산 보완대책을 발표했다. 특히 이들 항목에 대해서는 여야 합의를 거쳐 지난해 귀속 근로소득에 대한 올해 연말정산에까지 소급 적용을 추진키로 했다. 소급 적용이 되면 이르면 5월 지난해 소득분에 대해 더 납부한 세금 가운데 일부를 돌려받을 수 있게 된다. 다만 소득공제 방식에서 세액공제로 바뀐 틀은 유지하기로 했다.
당정이 합의한 내용에 따르면 우선 자녀 2명까지는 각 15만원, 2명을 초과하는 자녀에 대해서는 1명당 20만원을 공제하는 자녀세액공제를 상향조정하기로 했다. 2013년 세법개정에서 폐지했던 출생 및 입양 소득공제(1명당 200만원)는 세액공제 방식으로 신설된다. 세금 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것으로 지적된 독신근로자에 대해서는 12만원인 표준세액 공제액을 높이고, 노후소득보장을 위한 연금보험료 공제(12%)도 확대하기로 했다. 저출산ㆍ고령화 추세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수용한 것이다.
이런 보완책들은 이미 전날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일부 예고했지만, 올해 연말정산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성난 민심을 가라앉히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비등했다. 이에 새누리당이 “표 떨어진다”며 정부에 소급 적용을 요구했고, 정부도 결국 이에 승복한 것이다.
정치적인 판단에 따라 충분한 고려 없이 개정한 세법이 또다시 정치적인 셈법에 따라 불과 1년여만에 소급 적용되는 유례를 찾기 힘든 사태가 빚어지면서, 법적 안정성 훼손에 대한 논란은 거세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문성훈 한림대 교수는 “입법할 때 정치권도, 정부도 이런 부작용을 모르지 않았을 텐데, 1년 전에 만든 걸 이제 와서 후퇴시키는 건 또다시 정치적 논리에 밀린 미봉책”이라고 지적했고, 오윤 한양대 교수는 “헌법 불합치를 통해 아주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면 소급이 안 되는데, 아주 나쁜 선례를 남겼다”고 우려했다.
물론 잘못된 세법 개정으로 서민층의 세 부담을 부당하게 늘렸다면 이제라도 적극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교수는 “소급 적용에 현실적인 어려움은 있겠지만 국민의 불만을 적극적으로 풀어준다는 측면에선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세종=고찬유기자 jutdae@hk.co.kr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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