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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과 동떨어진 공천 NO" 유권자 직접투표로 후보 낙점

입력
2015.01.21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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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민주당 전당대회 폭력사태 이후 프라이머리 정착

작년 상원 선거 아이오와선 시골 출신 참전 여군 당선

조니 언스트(왼쪽) 공화당 상원의원(아이오와)이 지난해 6월 예비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를 만나는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조니 언스트(왼쪽) 공화당 상원의원(아이오와)이 지난해 6월 예비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를 만나는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 지난해 11월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아이오와 주에서 승리한 건 이 지역 최초 여성 상원의원이 된 조니 언스트 때문이다. 하지만 불과 1년 전에는 공화당 간부 중 언스트가 연방 의원이 되리라 생각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기업가 출신 마크 제이콥스가 공화당 후보로 선정돼 민주당 브루스 브레일리 하원 의원과 힘든 싸움을 벌일 걸로 믿었다.

언스트 의원을 선택한 건 민심이었다. 6월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납세 의무를 소홀히 한 기업가보다 이라크전 참전 여군이 낫다’며 언스트에 56% 몰표가 쏟아졌다. 본선에서도 대 역전극이 펼쳐졌다. 브레일리 의원의 낙승이 예상됐으나 여성인 언스트가 어릴 적 농장에서 ‘돼지 거세’까지 한 게 화제가 되면서 인기가 치솟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올해 신년호에서 풀뿌리 민심을 바탕’으로 워싱턴 진출에 성공한 언스트를 ‘2015년 주목해야 할 정치인’ 20명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민주당서 프라이머리 제도 시작

미국은 주요 선진국 중 한국과 가장 유사한 정치 제도를 갖고 있다. 권력 분립형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국회의원 선거가 승자독식 소선구제라는 점이 대표적이다. ▦유권자의 정당 성향이 계속 약해지고 있다는 점 ▦정치불신이 심화하고 있다는 점 ▦정치권의 극단적 대립이 격화하는 점 ▦입법과정의 과도한 지연과 교착 등도 비슷하다.

하지만 대통령, 국회의원은 물론이고 지방자치단체 주요 공직 후보 결정에서는 큰 차이를 보인다. 한국은 거대 정당 고위 간부가 밀실에서 공천권을 행사하지만, 미국은 ‘시골 여군’ 조니 언스트가 농민 지지를 얻어 상원 의원이 될 정도로 공천 권력은 유권자에게 넘어간 지 이미 오래다. 2012년 대선과 지난해 중간선거의 경우 민주당은 36개주, 공화당은 35개주에서 프라이머리를 통해 당원과 유권자들의 직접 투표로 후보를 결정했다.

미국의 프라이머리 제도는 후보 선출의 개방성과 민주성을 확보하기 위한 오랜 시행착오의 역사적 산물이다. 1950년대 싹을 틔운 미국식 프라이머리는 68년 민주당 전당대회를 계기로 완전 정착됐다. 당시 집권 민주당은 ‘반전(反戰) 민심’이 뚜렷한데도, 재선을 포기하는 대신 월남전 지지 후보를 지원키로 한 린든 존슨 대통령 주도로 시카고 전당대회에서 대의원 투표로 허버트 험프리 부통령을 후보로 결정했다. 밀실 결정에 반대하는 반전주의자와 험프리 파 당원 사이에 유혈 폭력 사태가 벌어졌고 덕분에 공화당 리처드 닉슨은 손쉽게 대통령이 됐다. 이후 민주당은 민심과 동떨어진 후보를 내놓지 않기 위해 프라이머리 개혁을 주도했다.

프라이머리제도 진화 중

민주당 전당대회 이후 프라이머리는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다양한 프라이머리 방식 중에서도 가장 앞선 제도로 평가되는 건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지한파 혼다 의원을 궁지에 몰았던 ‘상위 2인 결선진출’(TTVGㆍTop-Two Vote-Getter) 방식의 프라이머리다.

미국 50개 주 가운데서도 실험적 성격의 제도 도입에 적극적인 캘리포니아 주는 2010년부터 프라이머리에서 정당 구분을 없앤 TTVG를 채택했다. 주 정부가 주관하는 6월 프라이머리에서 각 선거구 1, 2위 득표를 한 후보가 소속 정당에 관계없이 11월 본선거에서 다시 맞붙는 방식이다. 이는 각 정당 1위 후보자를 추려 결선에서 대결케 하는 기존 ‘오픈 프라이머리’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것이다.

TTVG는 기존 프라이머리의 주요 폐해로 지적되는 ‘극단적 당파성향’을 배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 전문가와 중도파 성향의 정치인 사이에서 큰 지지를 받고 있다. 지난해 6월 버지니아 제7선거구 공화당 경선에서 합리적ㆍ중도 성향의 에릭 캔터 하원 원내대표가 극단 우파세력인 ‘티파티’가 지원한 데이비드 브랫에게 패배한 뒤 TTVG에 대한 관심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미국 정치제도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비판해온 브루킹스 연구소의 토마스 만 선임연구원은 정당 개혁 방안의 하나로 TTVG 방식의 프라이머리 도입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정치분야의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른 ‘보이는 것보다 더 나쁘다’(It’s even worse than it looks)에서 “TTVG에 대한 일부 비판에도 불구, 이 제도를 도입하면 중도 성향 유권자의 프라이머리 참여가 활발해질 뿐만 아니라 최근 하락 중인 미국 유권자의 투표율도 제고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프라이머리 대신 여전히 전통적인 전당대회(코커스) 방식으로 공직 후보를 선출해 온 주에서도 TTVG가 아니더라도 일반 유권자의의 참여를 확대하는 프라이머리 제도로 전환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2008년 8월 전당대회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지지자들이 코커스 방식의 대통령 후보 선출을 금지하는 내용의 정강 수정을 시도한 바 있으며, 최근에는 연방 상원의원 두 석을 모두 공화당에 내준 유타 주의 민주당 진영에서도 이 주의 코커스를 공화당처럼 프라이머리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미 공화당 2인자로 불리는 에릭 캔터 하원 원내대표가 지난해 6월 버지니아주 당내 경선에서 패배한 뒤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미 공화당 2인자로 불리는 에릭 캔터 하원 원내대표가 지난해 6월 버지니아주 당내 경선에서 패배한 뒤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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