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인기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가 지난 15일부터 독자들의 궁금증에 답하는 보름 동안 기간 한정의 웹사이트 ‘무라카미씨의 거처’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 자신의 책을 낸 일본 출판사 신초샤(新潮社)에 하루키가 지난해 11월 제안해 개설된 것이다.
그런데 이 사이트에 오른 독자의 질문과 하루키의 답변 중 일부가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그 중 하나는 매년 도박사이트 등이 선정하는 노벨문학상 수상 후보로 거론되는 데 대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하루키는 “성가시다”며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그는 “정식으로 최종 후보가 된 것도 아니고 그저 민간 도박사가 확률을 정하는 것일 뿐”이라며 “경마도 아니고…”라고 별로 기분 좋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요미우리신문에도 소개된 이 질문과 대답 보다 더 화제가 된 것은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23세의 사쿠라이라는 여대학원생이 어떻게 하면 당신처럼 글을 잘 쓸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하루키의 답이었다. 대학원생은 이렇게 물었다.
“작가님 안녕하세요. 늘 재미있게 당신 책을 읽고 있습니다. 저는 현재 대학원생으로 리포트든 발표 원고든, 교수에게 보내는 메일, 편지든 어쨌든 많은 글을 쓰지 않으면 안 됩니다만 아무리 생각해도 글 쓰는 게 너무 형편없습니다. 하지만 쓰지 않고서는 졸업도 할 수 없어 곤란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낑낑대며 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글을 좀더 쉽게 쓰게 될 방법이 없을까요. 부디 작가님의 ‘문장독본(文章讀本)’에 해당하는 생각을 꼭 듣고 싶습니다.”
하루키의 대답은 간단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여자를 말로 꼬시는 것과 똑같아서 어느 정도까지는 연습으로 잘 하게 되지만 기본적으로 재능을 가지고 태어나야 합니다. 뭐 어쨌든 열심히 하세요.”
하루키의 답에 ‘맞아, 글 잘 쓰는 건 타고나는 거야’ 하고 고개가 끄떡여지는가. 일본 인터넷에서는 무성의하고 거만한 답이라는 부정적인 평가가 더 우세한 분위기다. 한 인터넷 매체는 이 내용을 소개하며 어쨌든 열심히 하라는 하루키 답변의 마지막 문장을 인용해 “재능 없는 놈은 노력해도 안 된다는 ‘도발’로 읽힌다”며 “이런 게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가진 살벌한 프로의 세계란 말인가”라고 꼬집었다.
하루키가 웹사이트를 통해 독자들과 대화에 나선 것은 2006년 이후 9년만이다. 하루키는 1990년대에 자신의 공식 홈페이지 ‘무라카미아사히도(村上朝日堂)’를 만들어 독자들과 교류를 한 적이 있다. 또 2002년에도 소설 ‘해변의 카프카’ 출간 당시 기간 한정 웹사이트를 운영해 전세계에 쏟아진 1,220여개 질문에 답하기도 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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