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관아기 조산ㆍ저체중 비율 급감
북유럽 4개국 대규모 조사결과…
인공수정이나 시험관아기 같은 보조생식술(ART)로 임신된 아기들이 조산이나 사산, 조기 사망, 저체중 등을 겪는 비율이 지난 20년간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엔 보조생식술로 태어난 아기들이 자연임신으로 출생한 아기들보다 이 같은 위험이 생기는 경우가 뚜렷하게 많았지만, 이제는 큰 차이가 없어졌다고 학계에선 판단하고 있다.
덴마크와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과학자들로 구성된 국제공동 연구진은 1988~2007년 이들 4개국에서 보조생식술로 태어난 9만2,137명(이 중 쌍둥이 2만9,758명)과 같은 기간 동안 자연임신으로 출생한 48만4,978명의 건강 상태를 비교분석한 결과 이 같은 결론을 얻었다고 21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번 분석 결과는 생식의학 분야 국제학술지 ‘휴먼 리프로덕션’ 최신호에 실렸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조산(早産) 감소다. 의학적으로 조산은 태아가 임신 37주를 넘기지 못하고 일찍 태어나는 것을 말한다. 조산아는 출생 직후 몸무게가 2.5㎏ 미만인 저체중이나 1.5㎏ 미만인 극저체중 상태일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1988~1992년엔 유럽 4개국에서 보조생식술로 태어난 아기(외둥이)들 중 13%가 조산이었지만, 이 비율은 2003~2007년 들어 8%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같은 기간 동안 보조생식술로 태어난 쌍둥이의 조산 비율도 50%에 달했다가 47%로 다소 내려갔다. 2000년대 자연임신의 조산 비율이 외둥이가 5%, 쌍둥이가 44%였던 것과 비교해 차이가 크게 감소한 것이다.
조산보다 빈도는 낮지만 사산(死産ㆍ태아가 사망한 상태로 분만) 역시 감소 추세가 분명했다. 1988~1992년 보조생식술로 출생한 아기들 중 외둥이가 사산한 비율은 0.6%, 쌍둥이는 1%를 기록했다. 이는 2003~2007년 각각 0.3%, 0.5%로 절반씩 내려앉았다. 2003~2007년 자연임신 사산 비율은 외둥이 0.3%와 쌍둥이 1% 미만으로 보조생식술과 거의 차이가 없다.
1988~1992년엔 보조생식술로 임신하면 아기(외둥이)가 태어난 지 1년도 안돼 일찍 사망하는 비율이 1%나 됐다. 쌍둥이면 2.6%로 치솟았다. 이는 2003년 이후 각각 0.3%와 1.2%로 뚝 떨어졌다. 자연임신 출생아 중 외둥이의 조기 사망 비율은 2003년 이후 0.2%였고, 쌍둥이는 1.5%로 오히려 보조생식술 출생아보다 높았다.
연구진은 보조생식술로 태어난 아이들의 건강 향상을 이끈 주된 요소로 자궁에 이식하는 배아(수정란)의 수를 꼽았다. 시험관아기 시술 과정 중엔 실험실에서 난자와 정자를 수정해 만든 배아를 여성의 자궁에 이식해 착상을 유도하는데, 이때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부분의 나라에서 임신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대개 2개 이상을 이식한다. 그러나 북유럽은 1개만 이식하도록 정해놓았다. 바로 이 제도가 시험관아기의 조산이나 사산 위험을 줄이는데 기여했다는 게 연구진의 분석이다.
연구에 참여한 안나-카리나 아리스 헤닝슨 덴마크 코펜하겐대 생식클리닉 교수는 “배아를 여러 개 이식하면 자궁 속에서 모두 착상에 성공했어도 이후 문제가 생겨 더 이상 자라지 않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경우 남은 태아에게 조산이나 사산, 저체중, 조기 사망 같은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선 일부 병원이 시험관아기 시술 중 임신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또는 쌍둥이를 원한다는 환자의 요구 때문에 일부러 배아를 여러 개 이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그만큼 태아와 산모의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수 있다.
헤닝슨 교수는 “시술 과정에서 자궁의 자극을 줄여주는 의료진의 술기뿐 아니라 배아를 키우는데 쓰이는 배양액, 양질의 난자를 적기에 유도해주는 호르몬제 등의 발달 역시 보조생식술 출생아의 건강에 큰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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