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월의 세금폭탄’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연말정산 파동이 뜨겁습니다. 정작 폭탄이 투하된 곳은 이번 연말정산과 관련된 세법 개정을 주도했던 기획재정부입니다. 국민의 공적(公敵)이 됐고, 이틀 만에 보완책을 급조하느라 업무 부담에도 짓눌리고 있습니다.
성난 민심 탓에 제대로 변명도 못하던 기재부가 21일 당정 협의를 통해 보완책을 만들면서 그간의 억울함(?)을 토로하기 시작했습니다. 핵심은 언론에 보도된 세금폭탄 사례들이 극단적이라는 겁니다.
애초 연말정산 파동 초기 “연간 급여 5,500만원 이하 근로자는 평균 세 부담이 늘지 않고, 5,500만~7,000만원 근로자는 평균 연간 2만~3만원 수준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다가 도리어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전례를 감안해, 나름 여러 사례들을 열거했습니다.
특히 ‘연봉 6,000만원이 100만원을 토해내는 사례가 발생한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한 해명에 공을 들였습니다. 가구 형태나 부양가족 수를 감안해도 100만원을 추가로 납부하는 건 맞지 않는다는 거죠.
즉 연봉 6,000만원에 평균 공제금액(보험료 95만원, 교육비 340만원, 의료비 274만원, 기부금 130만원, 연금 270만원, 신용카드 250만원)을 대입하면, 독신(239만→248만원)과 자녀가 없는 부부(216만→225만원)는 9만원이 늘지만, 7세 이상 자녀가 1명(194만→188만원) 또는 2명 있는(156만→150만원) 가정은 6만원이 줄어든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3년간 연말정산 환급액 추이를 계산한 사례도 있습니다. 월급 400만원(연봉 4,800만원) 맞벌이 직장인이 배우자와 6세 초과 자녀 2명이 있고, 2012년 보험료 100만원, 교육비 기부금 의료비 소득공제 800만원, 신용카드 소득공제 150만원을 받는 경우를 가정했습니다. 3년간 금액은 동일하다는 단서를 달았고요. 이렇게 계산해보니 2012년에는 109만원, 2013년에는 75만원, 2014년에는 83만원 환급이라는 결과가 나온다고 하네요.
여러 사례를 통해 기재부가 하고 싶은 말은 특정 사례를 일반화하지 말아달라는 것이죠. 물론 다자녀 가정과 고령층, 독신 근로자 등의 세 부담이 늘어난 점에 대해선 보완책을 통해 해결한다는 입장입니다.
기재부의 해명이 일면 타당하지만 여전히 국민 정서를 읽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번 만큼 세금을 더 물리는 세액공제의 틀은 유지시킨 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까요.
기재부 안팎에선 을사오적(乙巳五賊)에 빗댄 ‘정산오적’(精算五賊) 또는 올해가 을미년이라고 해서 붙인 ‘을미오적’(乙未五賊)이 회자되고 있습니다. 2013년 세법 개정에 관여했던 당시 경제수석(조원동)과 경제부총리(현오석), 그리고 예산과 세제를 담당했던 2차관과 세제실장, 예산실장을 두고 하는 말인데요. ‘오적’이라는 표현은 과하지만, 민감한 세금 문제를 다루면서 꼼꼼한 점검이나 충분한 설명도 하지 않은 것에 대한 책임은 비껴갈 수 없을 것 같네요.
세종=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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