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수 줄어도 교육복지 늘었지만 세수 줄어 지방교부금 오히려 감소
고교 무상교육 2017년 전면 도입 예산 부족으로 물거품될 상황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교육재정교부금을 줄이는 것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자 시ㆍ도교육청들은 “국고 지원을 늘려도 부족한 마당에 교육복지를 포기하려는 것이냐”고 반발하고 있다. 교육청들은 박 대통령의 선거 공약인 고교 무상교육이나 누리과정 확대를 시행하기 위해 지금도 교부금 증액을 요구하는 상황이어서 정부와의 예산 갈등은 더욱 격화할 전망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교육재정교부금 제도 개선을 주문하며 “학생 수가 계속 감소하는 등 교육환경이 크게 달라졌는데도 내국세가 늘면 교육재정교부금이 자동적으로 증가하는 현행 제도를 계속 유지해야 할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17개 시ㆍ도교육청에 내려 보내는 교육재정교부금은 내국세 총액의 20.27%와 교육세 전액을 합한 금액이다. 저출산 등으로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있으니 이 비율을 조정하고, 남은 예산은 다른 곳에 쓰자는 것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주문은 교육복지가 이미 예산감당이 안 될 정도로 확대된 현실을 전혀 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당장 누리과정(유치원ㆍ어린이집 보육비 지원)만 해도 2012년 만 5세 대상 첫 도입 당시 교육청이 부담한 예산은 1조5,051억원이었으나 올해 만 3~5세 전체를 교육청이 떠안게 되면서 필요 예산은 3조9,284억원으로 세 배 이상 늘었다. 반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39조5,206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조3,475억원(3.3%) 줄었다. 세수가 감소한 탓이다. 애초에 학생 수 감소를 감안해 누리과정 예산을 충당하겠다던 정부의 예측조차 빗나간 것이다.
김학한 참교육연구소장은 “국내 교육의 질이 아직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도 못 미치는데, 단순히 학생 수가 감소한다고 교육예산을 줄이겠다는 것은 매우 잘못된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도 “해외 선진국과 비교해볼 때 국내 교육 예산은 아직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2012년 국내 교사 1인당 학생 수는 초등학교 18명, 중학교 18명, 고등학교 15명으로 OECD 국가 평균(초교 15명ㆍ중고교 각 14명)보다 열악한 상황이다. 학급당 학생 수 역시 초교 25명, 중학교 33명으로 OECD 국가 평균(초교 21명ㆍ중학교 24명) 이하다.
박 대통령이 교육재정교부금 개선 이유로 밝힌 “세수 부진 속에 복지수요가 증가” 역시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교육재정교부금 비율 조정에 따른 예산 감축은 곧 교육복지 하락으로 이어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김학한 소장은 “대표적인 교육복지 공약으로 2017년까지 전면 도입하겠다던 고교 무상교육도 예산 부족으로 전혀 실행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지방교육교부금 비율 줄이는 것은 교육발전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라며 “교육 공약을 이행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성명을 내고 “‘증세 없는 복지’라는 불가능한 목표를 위해 교육 재정을 희생시키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정부가 현장의 의견수렴 없이 교육재정교부금 비율 조정에 나선다면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차원에서 공동 대응에 나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교육감협의회는 누리과정 등으로 부족한 예산확보를 위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조달되는 내국세 비율을 현행 20.27%에서 25.27%로 상향 조정해 달라고 요구해왔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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