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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층의 겨울 뼛속까지 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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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층의 겨울 뼛속까지 시리다

입력
2015.01.27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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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방촌·노인·장애인 가구 상당수… 이불·전기장판 의존 추위와 사투

에너지 빈곤 가구의 80%가 실내온도 17.4도 미만서 거주

전국이 영하권으로 떨어진 27일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의 허름한 상가건물 지하방에서 최해진(78) 할머니는 이불을 뒤집어 쓴 채 몸을 떨고 있었다. 9.9㎡(약 3평) 크기 방에서 의지할 온기라곤 전기 난방장치가 깔린 침대가 전부이지만 할머니는 난방비 부담 때문에 웬만하면 꺼놓고 냉골에서 버틴다.

이웃에게 선물 받은 전기난로도 있으나 사용할 엄두는 내지 못한다. 평소 월 1만5,000원 정도인 전기요금이 난로를 사용한 달에 10만원이 넘게 나왔기 때문이다. 햇빛이 들지 않은 지하인데다 난방장치를 잘 켜지 않아 옷을 서너 겹 껴입어도 한기를 떨칠 수 없다. 최 할머니는 “월 40만원 가량의 기초생활수급비로 임대료 10만원을 내고 전기ㆍ수도요금 등 공과금 10만원을 내면 한 달 생활비가 20만원 정도만 남는다”며 “약값을 내고 끼니만 겨우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라 겨울에는 차가운 냉방에서 버티고 있어야 한다”고 토로했다.

해마다 겨울이 되면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이 있다. 열악한 주거지에 살면서 소득의 상당 부분을 난방비로 지출하는 ‘에너지 빈곤층’이다. 다수가 독거노인, 장애인 등 노약자에 해당하는 이들에게 겨울은 혹독한 계절일 뿐이다.

에너지시민연대가 2013년 전국의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 계층 등 빈곤층 148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118가구(79.8%)의 월 소득이 60만원 이하였고 113가구는 겨울철 실내 온도가 17.4도 미만인 곳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체 가구 중 102가구(68.9%)가 독거세대인데 60세 이상 노인이 전체 가구의 86.5%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주택 역시 30년 이상 노후 주택이 42.2%로 가장 많았고, 50년 이상 노후주택도 20.3%나 됐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최근 문제를 인식하고 에너지 빈곤층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있지만, 아직 걸음마 수준인데다 지원 대상 선정이나 지원 방법 등 곳곳에서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정부가 기초생활보장제도를 토대로 수급비 내에 광열비를 포함해 지급해도 한 푼이 급한 수급자들은 이를 생활비 등 다른 용도로 쓰기 쉽다. 또 가구별로 연탄, 가스, 기름, 전기 등 다양한 난방 형태에도 불구하고 현물 지원은 연탄에만 집중돼 있다. 쪽방촌 등 도시가스가 보급되지 않는 곳도 여전히 많다.

진상현 전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에너지 빈곤층 지원을 위한 가장 기초 단계인 저소득층 실태조사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통계에 잡히지 않은 에너지 빈곤층은 훨씬 많을 것”이라면서 “정부 차원에서 당장 지원책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에너지 빈곤층에 대한 실태조사를 통해 에너지 빈곤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는 새로운 에너지 복지 시스템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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