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시도 가운데 지난 한 해 인구가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어디일까요? 절대 인구 기준으로 1위는 5만7,396명이 새로 유입된 경기도입니다. 하지만 경기 인구가 1,100만 명을 넘는 점을 감안하면 ‘바다에 떨어진 빗방울 정도’수준입니다.
기존 인구 대비 신규 유입 인구가 가장 많은 곳은 다름 아닌 세종시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만 4만6,071명이 세종시에 전입했습니다. 세종시를 떠난 1만2,615명을 제외한 순 유입 인구만 3만3,456명에 이르는데요, 이는 세종시 전체 인구 11만7,177명(2013년 기준)의 24.2%에 이르는 규모입니다.
특히 세종시 전입자 수는 2013년 2만3,805명(순이동 8,696명)에 비하면 무려 51.6%가 늘었습니다. 그 원인으로는 먼저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교육부 등 굵직한 정부 부처들이 세종시 2단계 정부 청사로 이주를 마친 것을 꼽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서울 경기 등지와 세종시를 오가는 공무원 통근 버스가 여전히 붐비는 걸로 보아 공무원들의 이주만이 원인은 아닌 것 같습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실제로 지난해 세종시에 인구를 가장 많이 빼앗긴 지역은 주민 1만4,093명이 세종시로 터전을 옮긴 대전입니다. 이는 공무원들이 많이 사는 서울(6,481명)이나 경기(7,541명)를 훨씬 상회하는데요, 그 밖에도 충남(6,103명)이나 충북(5,940명) 주민들도 여럿 세종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자녀가 세종시 학교에 다니는 한 공무원은 “예상과 달리 학교에 공무원 자녀의 비중은 절반도 되지 않더라”면서 “학부모들을 만나 보면 대전이나 충청 지역에서 일 하면서 거주지만 세종시에 마련한 사람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세종시가 인근 지역 주민을 끌어당기는 원인으로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집값 ▦새로운 아파트 ▦장래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꼽힙니다. 실제 세종으로 전입한 사람들의 11.6%는 ‘주택’을 전입 사유로 꼽았습니다. 반면 아직은 다소 썰렁한 세종시의 분위기를 반영하듯 교육(1.2%) 주거환경(0.7%) 자연환경(0.3%)을 보고 이사온 사람 수는 많지 않았습니다.
지난해에는 이런 인규 유입 붐을 타고 건설사들이 아파트를 대거 지었지만 아직까지 공급이 수요를 웃돈다는 평가입니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미분양 주택이 433가구에 달해 전달(61세대) 보다 급격히 늘었다고 하네요. 공무원들이 마땅히 살 곳이 없어 대전 등지에 집을 구해야 했던 때가 불과 몇 년 전인데 말이죠. 때문에 남들보다 먼저 세종시에 집을 산 공무원들은 집값이 떨어져 울상을 짓습니다. 부동산에 울고 웃는 것은 세종시도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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