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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사망, 국가 배상책임 없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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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사망, 국가 배상책임 없다지만…

입력
2015.01.29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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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시판때 유해성 확인 제도 없어"

폐질환 숨진 아이 유족 등 소송 패소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다 급성 폐질환으로 사망한 사건의 유가족들에 대해 국가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없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3부(부장 심우용)는 29일 가습기 살균제 사망 피해자 유가족 박모씨 등 4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국가가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들은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다 2011년 간질성 폐손상 등으로 가족을 잃었다. 생후 14개월 남짓한 아들이 폐질환으로 사망한 박씨 등 유가족 6명은 2012년 1월 살균제 제조업체들과 국가를 상대로 “업체들이 가습기살균제가 인체에 무해하다는 내용의 문구를 표시했고, 국가가 주의의무를 게을리해 사건이 발생했다”며 8억원대의 소송을 제기했다. 유족들은 지난해 8월 업체와 민사상 조정을 이뤘고, 재판은 국가의 주의의무 위반 여부만 쟁점으로 남았다. 이 과정에서 유족 2명은 소송에서 빠졌다.

재판부는 “가습기 살균제에 일부 유해한 화학물질이 사용된 것은 인정되지만, 국가가 이를 미리 알았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며 “(시판) 당시 유해성을 확인할 의무나 제도적 수단이 없어 국가에 배상 책임을 물을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폐손상 원인물질로 지목된 폴리헥사메틸렌 구아디닌(PHMG)의 유해성에 대한 기록이 있지만, PHMG는 가습기 살균제에 포함돼 있지 않았다”며 “(또 다른 원인물질인) 염화 에톡시 에틸 구아니딘(PGH)도 당시 유해물질의 정의나 기준 등에 비춰보면 국가가 주의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가 인체에 무해하다고 했던 가습기 살균제 성분(CMIT, MIT)을 환경부는 2012년 9월부터 유독물로 지정하고도 정보 공유가 되지 않았던 점 등 정부 대응에 대한 비판은 여전하다. 정부가 문제가 된 살균제 제품 강제수거 명령을 내린 것도 폐질환의 원인이 가습기 살균제라는 추정이 나오고 7개월이나 지난 2011년 11월이었다. 피해구제 과정에서도 역학조사는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 화학물질 관리는 환경부, 공산품 제조ㆍ판매ㆍ유통은 기획재정부가 관할하며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했었다.

강찬호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모임 공동대표는 “독성물질 유통 및 관리를 제대로 못한 정부에도 분명 책임이 있는데, 피해 발생 4년이 되도록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며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겠다는 말이 공허하게 들릴 정도”라고 말했다. 임흥규 환경보건시민센터 팀장도 “피해자가 있는데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다. 정부와 기업은 책임을 통감하고 다각도로 피해자 구제와 보상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박씨 외에 피해자 150여명이 제기한 6건의 소송이 법원에 계류 중이다. 국가는 사건 이후 피해신고가 접수된 540여건 중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피해일 가능성이 높다는 판정을 받은 168명(46%)에 한해 의료비와 장례비를 지원하고 있으며, 지난해 12월 가습기 살균제 제조업체 13개 곳을 상대로 22억원대의 구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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