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자국민 보호 명분 축적, 일본인 60% "인질사건 대응 지지"
이슬람국가(IS)가 일본인 인질 살해 동영상을 잇따라 공개하면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펼치는 안보강화 정책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지난 달 중동을 방문한 아베 총리가 대IS 테러 대책에 2억 달러를 내놓겠다고 발언한 것이 인질 사건의 발단이 됐다며 비난 여론이 비등하는 가운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아베 총리가 추진하는 자위대 강화론이 더욱 힘을 얻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인질 살해를 둘러싼 일련의 사건은 아베 정권이 대중동 정책과 관련, 과도한 친이스라엘 성향을 드러낸 데서 비롯됐다는 견해가 적지 않다. 아베 총리는 IS 대책을 언급하면서도, 지난 해 팔레스타인 자치구를 공습, 2,000여명을 숨지게 한 이스라엘의 책임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IS가 일본인 인질을 억류한 뒤 처음 낸 성명서에서 “일본이 십자군 전쟁에 참여했다”고 표현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우스키 아키라 일본여대 교수는 “미일 동맹의 명목아래 자위대의 역할을 확대하는 적극적 평화주의를 중동에 대입하는 것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며 “일본인이 (IS)의 표적이 되는 것은 예측 가능한 일이었다”고 평가했다.
사태를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도 거세다. 에다노 유키오 민주당 간사장은 “(테러리스트에) 구실을 주지 않은 것이 중요하다”며 이번 사태의 인과관계를 검증할 의향을 밝혔다. 마쓰노 요리히사 유신당 간사장도 4,5일 예정된 중의원 예산위 집중 심의에서 이번 사건 대응을 거론할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고토 겐지의 살해 동영상이 공개된 직후인 1일 성명서를 통해 “테러리스트를 절대 용서할 수 없으며 그 죄를 묻기 위해 국제 사회와 연계하겠다”며 “테러와 싸우는 국제 사회에서 일본의 책임을 의연하게 완수하겠다”며 강경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 달 26일 개원한 일본 정기국회에서 “해외에서 일본인이 위험에 처해도 자위대가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없다”며 인질 사건을 계기로 안전보장 관련 법안 정비의 필요성의 거듭 강조하고 있다.
일본내 여론도 아베 총리쪽으로 기우는 분위기다. 인질 사건 발생 이후 교도통신을 비롯한 일본 언론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일본인 10명중 6명이 이번 사태를 둘러싼 아베 총리의 대응을 지지하고 있다.
민간싱크탱크 아산정책연구원 봉영식 선임연구위원도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국제 안보를 위한 자위대의 기여가 국제사회에서 당연하고 합리적인 주장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며 인질사태가 아베 정권의 적극적 평화주의를 주장하는 유리한 여건이 조성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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